제도개선 방안 두고 당국-업계 이견차만 확인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두 번째 차량부터는 차주의 보험가입경력과 관계없이 최초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적용되는 할인할증등급을 부여하는 방안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및 보험개발원, 손해보험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한 운전자의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간 TF는 피보험자가 차량을 추가할 경우 기존 할인할증등급이 아닌 최초 가입 등급(11Z)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 2월 열린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보험개발원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다수 차량 보유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을 제도화할 계획이었지만 당국과 손보업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해당 방안은 무기한 유예된 상황이다.

현행 자동차보험료 부과체계는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한다. 차량 대수와 관계없이 운전자(피보험자)가 같다면 위험도 같다고 보고 기존 차량의 할인할증등급을 두 번째 차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방식의 동일증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추가 차량에 대해 최초 가입등급을 적용하는 방안이 시행됐다면 동일증권 제도는 피보험자의 이름과 보험만기만 같을 뿐 사실상 폐지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할인할증등급으로 16등급(숫자가 높을수록 할인율 증가)을 받고 있는 차주가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면 추가차량에는 이보다 5단계 낮은 11등급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기존 할인할증등급을 승계하는 것보다 약 50% 내외의 보험료를 더 내고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사고발생에 따른 보험료 할증 폭도 더 커진다. 첫 번째 차량과 두 번째 차량의 운전자가 다르다는 가정이 적용되는 만큼 사고 시에도 차량별로 보험료 할증을 따로 매기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수 차량도 동일 운전자라는 가정이 적용되는 만큼 하나의 차량에서 사고가 나도 두 대의 차량이 보험료 할증을 나눠 갖는다.

이러한 방안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실제로 두 대의 차량의 운전자가 동일하다면 불합리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명피보험자 1인 한정’, ‘부부 한정’ 등 운전자범위를 제한한 특약에 가입한 경우에는 사실상 첫 번째 차량과 두 번째 차량의 위험이 같다고 볼 수 있어서다.

금감원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두 번째 차량에 최초 할인등급을 적용하더라도 운전자범위를 제한한 운전자에게 합리적인 보험료 할인을 부여할 것을 주문해왔다.

다만 이와 별개로 손보사들은 다수 차량을 보유한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차등화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도 손보사들은 신규 차량을 추가하는 운전자에게 할인할증등급만 동일하게 부여할 뿐 적용하는 할인율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올려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부분 두 번째 차량의 운전자는 배우자나 자식 등 피보험자가 다르다. 손해율도 두 번째 차량이 첫 번째 차량보다 13% 높은 편”이라며 “이는 상대적으로 자동차를 다수 보유한 고소득층이 보험료 혜택을 보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