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쿼터백자산운용 운용2본부 이승준 이사

쿼터백자산운용이 최근 KB국민은행과 두번째 로보어드바이저 신탁상품을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시중은행과 함께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KB 쿼터백 R-1’ 이후 1년 반만이다.

2015년 6월 설립된 쿼터백자산운용은 자문/일임/사모펀드 라이선스를 모두 확보한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약 1600억원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하고 우체국 자산관리서비스 MOU를 체결하며 로보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쿼터백자산운용의 이승준 이사를 만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현황과 고민을 들어보았다.

최근 국민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 2호 상품을 출시했는데 기존 상품보다 고위험 군의 비중을 높인 것이 눈에 띈다.

이번에 출시한 ‘Robo 쿼터백(글로벌 하이리턴)’은 국내 ETF를 통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쿼터백자산운용은 위험 성향에 따라 다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데 이번 상품은 이 중 고위험 상품군에 속한다. 기존 KB쿼터백R-1과 동일하게 국내 상장 ETF를 활용하지만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의 편입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편입해 공격적인 성향을 강화했다.

지난 KB쿼터백R-1과 마찬가지로 자산배분 효과가 포트폴리오 수익에 기여하는 주요 요소지만, Robo 쿼터백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기존 상품대비 ‘공격적인 자산배분’이 특징이다.

여기서 공격적 자산배분이란 단순히 KB쿼터백R-1 대비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아닌 특정 자산군에 대한 비중확대 및 축소 신호가 나타났을 때 자산편입 변화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내에서 주식비중 확대 시 주식자산에 더 높은 비중을 배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산배분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시리즈로 상품을 출시하게 된 것은 지난 1호 상품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가.

KB쿼터백R-1이 지난해 1월 출시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많은 이벤트가 발생했다. 출시 직후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고 지난해 6월에는 브렉시트, 11월에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며 시장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에는 프랑스 대선으로 주식시장이 일시적인 조정을 보이기도 했다.

KB쿼터백R-1은 이런 금융시장의 여러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며 꾸준하게 수익률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런 부분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두 번째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

처음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방식과 성과에 대해 의구심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로보 시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대형 이벤트 속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운용역량을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년여전 국내에 로보 전문업체들이 처음 등장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파급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지난 2015년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등장한 후 2년여간 많은 업체들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올바르게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4월 중소 신생업체들을 대상으로 1차 테스트베드를 실시했지만,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업체들의 온라인 일임업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진행될 2차 테스트베드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생업체들이 회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 속에서 어렵게 테스트에 통과했는데 선점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2차 테스트베드가 시작되면 자칫 대형업체들과 경쟁에서 도태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핀테크의 정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로 서비스를 융합하는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신생업체가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대형업체들에게 시장선점 지위마저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업체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새로운 업태를 영위할 수 있다면 혁신적인 신생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국내 로보시장이 계속 정체되고 있는 것 같다. 상당 기간 1차 테스트베드를 준비했고 이를 어렵게 통과한 입장에서 당국에 요구하는 바가 있다면.

쿼터백자산운용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차 테스트베드에서는 온라인일임업 허용 이슈와 함께 테스트가 진행됐는데, 이미 사모전용 운용사로 전환해 운용업을 영위하고 있던 쿼터백은 ‘온라인일임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테스트에 참여했다.

1차 테스트베드는 상당히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으며 테스트베드가 적합한 업체를 가려낸다는 취지에는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준비를 하고 어렵게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업체들에게 온라인일임업이 먼저 허용되거나 해당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방향을 정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로보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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