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쉽게 얻는 주도권, 언제든 역전될 수 있어”

지난해 30여개의 각종 페이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지 1년여가 지나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소비행태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드업계는 현재 전통적인 카드사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금융사의 서비스가 단기간에 위협적으로 성장하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분기부터 간편송금, 간편결제 등 신종 전자지급서비스 부문의 새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카카오, 네이버, K페이, 페이나우, 시럽페이, 유비페이, 스마일페이, SSG페이, L페이, 삼성페이 등 11개 비금융 간편결제 업체다.

지난해 비금융 업체의 간편결제 이용규모는 연간 7조6000억원 수준으로 2016년 전체 카드시장의 700조원 규모와 비교하면 1% 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간편결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쇼핑 규모(2016년 약 34조원)와 비교하면 비금융사의 서비스가 2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단기간에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C카드 디지털사업연구소는 최근 국내 간편결제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조원 규모로 급속히 성장한 간편결제 시장은 2013년 대형카드사들이 NFC기반 모바일카드로 격렬하게 경쟁하며 수천억원 수준의 성과를 보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당시 오프라인에 한정되고 NFC동글 인프라 미비라는 제약이 있긴 했지만 삼성페이 역시 삼성 최신 단말기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간 2조원 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인지도 면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 결과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비금융사의 서비스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실이용 측면에서는 오랜 기간 전통적인 결제사업자인 카드사가 우세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결제 과정의 편리성과는 별개로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간편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서비스 중 가장 간편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는 ‘신한 > 네이버 > ISP/mISP’ 순으로 나와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사의 간편결제가 비카드사의 서비스보다 편리하다고 인식했다.

카드업계는 현재 간편결제 시장이 소비자의 주사용 카드와 연계돼 있어 비교적 쉽게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판단 아래 삼성페이의 온라인 확대를 비롯해 구글, 알리페이, 애플페이의 한국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기존 결제거래 구조 자체를 혁신하기 위해 카드사와 VAN사, PG사 없이 비금융 간편결제사업자와 가맹점이 직접 단순결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카드사에게는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카드사의 거래와 비용구조 혁신은 지속적으로 경쟁사의 타겟이 되고 있으며 소비자 이용행태 변화를 보면 어느 순간 경쟁의 주도권이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간편함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궁극적인 간편함은 소비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본인임을 정확히 인증해 원하는 수단으로 올바른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BC카드 디지털사업연구소는 “향후 몇 년 안에 간편결제 서비스 내 카드사의 점유비율 경쟁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카드사가 비카드사 결제사업자와 협업하며 서로의 비즈니스 구조를 보완 및 방어해 나가고 있지만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카드 본연의 상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