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과 우리 누룩으로 막걸리 빚는 ‘정선명주’

지역 특성 살려 오가피 열매로 와인까지 빚는 술도가

▲ 2012년 국순당을 퇴직하면서 농업회사법인 정선명주를 인수한 한사홍 대표가 양조장 시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세계 어느 곳이든 술은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빚는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술을 빚어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이 많이 나는 한국과 일본에선 막걸리와 사케를 빚고, 포도와 보리가 많이 나는 유럽에선 와인과 맥주를 빚는다. 

그런 이유로 우리 술 중 저도주(낮은 도수의 술)는 막걸리가 대세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쌀로만 술을 빚었던 것은 아니다. 쌀이 귀한 강원도와 제주는 그들만의 또 다른 술빚기 문화를 가지고 있다. 
곤드레와 메밀, 그리고 황기. 모두 몸에 좋다고 알려진 식물들이다. 곤드레는 밥으로, 메밀은 막국수로, 그리고 황기는 약재로 친숙한 식물들이기도 하다. 이 식물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 강원도다. 특히 두 개의 강물이 합쳐져 ‘아우라지’라고 불리는 정선에 가면 지천이다.

2006년 정선군에선 정선에서 나는 농산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으로 양조산업을 선택했다. 그래서 농업기술지원센터를 통해 정선읍에 현대식 양조시설을 건립한다. 그리고 당시 정선에서 많이 나는 약용식물인 오가피나무의 열매를 가지고 와인을 만드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술을 만드는 일이나 유통하는 일은 관련 노하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기업이 국순당이었으며, 지역농민들과 함께 펀딩을 해서 농업회사법인(정선명주)을 설립한다. 이렇게 해서 국내 유일의 오가피 열매를 발효시킨 오가피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정선에서 나는 특용작물이 이것만 이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곤드레, 메밀, 황기 등도 정선군의 대표선수들이다.

▲ 정선명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3형제. 좌측부터 메밀, 곤드레, 황기 막걸리.

지난 2012년 국순당을 퇴직하면서 정선명주를 인수한 한사홍(61) 대표는 오가피열매로 만든 와인인 오가자와 함께 강원도 특성에 맞는 막걸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론 한 대표가 인수하기 이전인 2009년부터 곤드레 막걸리가 생산되긴 했지만, 술의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통메일 5%를 넣는 메밀막걸리를 빚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강원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황기의 새순을 원료로 넣은 황기막걸리를 개발, 시판하고 있다.

또한 한 대표는 지난 해 증류주 면허를 취득하고 올해는 강원대와 함께 황기를 이용한 증류주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황기를 이용한 스포츠 음료를 개발해 상품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오가피 열매를 발효시킨 오가자와 관련해서도, 한 대표는 올 여름까지 브랜드 변경작업(‘오가연’)을 마치고 오가피 증류주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오가자의 경우 독일의 대표적인 약용주인 ‘에거마이스터’나 까치밥나무 열매로 빚은 네덜란드의 ‘베센’, 가정상비약처럼 음용하는 헝가리의 ‘유니쿰’ 등과 같이 약향이 강하게 배어있어, 기능성 알코올음료로서 가능성을 지닌 술이다. 이를 증류한 술은 주세법 상 일반증류주에 해당되는데, 오가피 열매의 향과 증류주 고유의 단맛을 지니고 있어 정선명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술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 대표는 자신이 빚는 막걸리에 들어가는 누룩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정선 지역에 특화된 누룩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검토하고 있다.

일 생산량 기준으로 약 2000리터 정도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정선명주는 이처럼 강원도 지역에 특화된 술의 부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강원도의 힘’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한 대표의 술이 갖는 장점은 국내산 쌀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은 곤드레와 메밀을 지역의 농가에서 수매해 정직한 술빚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원도의 술 문화가 새롭게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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