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가상화폐 매입 대신 채굴기 투자로 유혹
거대자본 몰리며 피해자 속출…당국은 ‘묵묵부답’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며 다단계 코인사기에 이어 가상화폐 채굴사기까지 등장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가상화폐는 온라인 상에서 수식 계산 문제를 풀어 답을 맞추는 방식으로 발행되는데 문제를 푸는 작업이 광석을 캐내는 방법과 유사해 ‘채굴’이라 부른다.

‘채굴기’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높은 전력량을 감당할 수 있는 채굴에 특화된 컴퓨터를 말하며 현재 대부분의 가상화폐 채굴은 대량의 채굴기를 보유한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제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온라인 카페에서 검색만 하면 채굴기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채굴기 1대 가격은 200~3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은 단순연산을 위해 CPU가 아닌 그래픽카드를 여러 개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채굴에 적합한 그래픽카드가 물량 부족에 시달릴 정도다. 그래픽카드 공급업체인 엔비디아, AMD 등은 채굴용 PC에 특화된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급증하자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할 물량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기업에서도 암암리에 가상화폐 투자 및 채굴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 사기는 가상화폐 매입이 부담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채굴사업에 소액만 투자해도 가상화폐 발행으로 발생된 수익금을 나눠 받을 수 있다며 접근한다.

하지만 채굴기 투자 시 수익의 일부를 받는 수익형 채굴사업의 경우 법적 규제가 없는 신종사업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채굴투자를 모두 사기로 볼 순 없지만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화폐 유통량이 늘어날수록 문제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몰릴수록 채굴이 어려워지고 수익률이 감소할 수 있다”며 “또 해킹과 같은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격이 급락해 채굴기에 투자한 투자 비용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채굴기 위탁업체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사기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 중인 유사 코인 역시 비트코인, 이더리움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코인으로 피해자가 피해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로 거래 참여자 모두가 거래 기록을 공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경우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원코인’ 조차 코드를 찾아볼 수 없다.

유사 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들 대부분은 코인을 팔아서가 아닌 회원 유치수당으로 현금을 받은 것이며, 피해자들은 코인을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관련 수사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규모가 갑자기 커진 것은 국내 거대 자본이 갑자기 몰렸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련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나라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마지막에 피해를 보는 건 개미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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