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 ‘안티고네’, 갈등 해소 위한 ‘유연성’ 강조

밥그릇 싸움 비춰지며, 손해는 직원과 고객만 보게 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든 규범은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규범을 신뢰하고 따른다. 국가는 그런 점을 활용하기 위해 규범을 법률로 만들어 통치행위에 적용한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규범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의 경우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충돌의 횟수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가치가 이익인 경우는 더욱 첨예한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소포클레스는 2500여 년 전에 쓴 <안티고네>에서 규범들이 충돌해서 벌어지는 갈등의 비극적 결과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은 오빠의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한다고 믿고 실행에 옮기는 안티고네. 그리고 적군을 이끌고 침략한 배신자는 단죄해야 한다는 테베의 새로운 왕 크레온. 안티고네가 믿는 자연법과 테베의 지도자 크레온이 말하는 실정법은 폴뤼케이네스의 장례라는 지점에서 비극적으로 충돌한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가치를 신념처럼 믿고 행동한다. 이미 죽음까지 결심한 안티고네에게 통치자의 준엄한 실정법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크레온 또한 국가의 안위를 강조해야만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포고령이 빈틈없이 집행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충돌의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물론 안티고네와의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이었던 하이몬의 죽음, 그리고 하이몬의 죽음 앞에 크레온의 아내까지 연쇄 자살에 동참한다. 크레온은 명목상 통치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실정법이 지켜지길 원했지만, 실제적으로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고만 것이다.

그렇다면 페리클레스의 통치 속에서 아테네가 민주주의의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소포클레스는 <안티고네>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반대로 디오니소스 극장에 모인 2~3만여 명의 아테네 시민들은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처절한 갈등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수협은행의 수장이 두 달째 공석이다. 은행장추천위원회도 지난 4월 27일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부 인사는 결단코 받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행추위의 정부쪽 위원들은 또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행추위 구성 비율에서 정부쪽 인사가 한 사람 많은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니, 좀처럼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장을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고 싶은 욕망이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안티고네>가 던지고 있는 메타포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포클레스가 부러질 수는 있어도 구부러지지 않는 안티고네와 크레온을 대결시켜 모두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테네 시민들에게 그 유연성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수협은행장 인선을 두고 벌이고 있는 행추위 갈등도 같은 시각에서 풀어야할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가운데 손해를 보는 사람은 수협은행의 직원들과 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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