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원회, 공·사보험 연계해 가격 인하 추진
보험업계, 비급여 통제 없는 ‘반쪽 대책’ 비판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 인하 공약을 이행하고자 나섰다.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한편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얻는 반사이익을 실손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손보험료 인하를 위한 대부분의 방안이 보험업계의 팔만 비틀고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기돼 온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부터 폐지 예정이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가 지난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민간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아무리 적자를 내더라도 보험사의 가격 인상을 두고보지 않겠단 뜻이다.

보험료 조정폭 규제는 지난 정부가 보험료 자율화 정책 추진한 이후 내년까지 완전 폐지가 예정돼 있었다.

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실손보험료 인하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늘리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줄어 실손보험료 인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실손보험 등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이 발생하고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해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성 강화 목적으로 사용된 재정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여주는 ‘반사이익’으로 누수되고 있다는 것이 새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하반기까지 실손보험 인하 유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 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체에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산정방식을 표준화하고 공·사 의료보험 상호작용, 비급여 의료 실태, 실손보험 손해율 현황 등의 실태조사가 진행된다.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는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대책이 빠진 반쪽짜리 방안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규제가 보험업계에 편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료 인하에 즉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급여진료 통제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다.

위원회는 공단의 보장성강화 정책에 따른 민간 보험사의 반사이익이 최근 5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장을 근거로 들었지만 정작 보험사는 실손보험에서 항상 적자를 보고 있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3년 123.0%, 2014년 131.2%, 2015년 129.0%, 2016년 120.8% 등 줄곧 100%를 넘었다.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약 1.3배 수준의 보험금을 더 지급해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았던 이유는 대부분 의료 쇼핑이나 과잉 진료, 비급여진료 코드 표준화 작업 부진 등에 따른 결과다. 국민 의료비 상승의 원인도 비급여 진료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비급여 항목을 아무리 급여로 전환하더라도 의료계가 새로운 비급여 진료를 발생시키는 한 보험사의 적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가 아무리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더라도 실질적인 공단의 보장성 보장률은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 비급여 진료가 확대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라며 “손해율이 안정되면 보험료를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 이번 국정위원회의 대책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합의점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사 팔만 비트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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