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금산분리 문제는 대합의 필요한 거대담론

기술부문에선 경쟁력 위해 당국 과감한 빗장풀기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직관과 통찰. 어느 순간이 안정적 균형 상태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이슈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대인들은 항상 직관과 통찰에 대해 갈구한다. 특히 주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직관과 통찰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직관은 감각을 통해 사건 또는 사태 전체를 파악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즉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통찰은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주어진 사물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직관을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것에 비유한다면 통찰은 숨은그림찾기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사유과정을 거쳐 본질을 파헤치는 통찰은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는 직관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그 직관이 쉽지 않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리더의 덕목을 들 때마다 직관과 통찰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관은 어려운 것일까? 이유는 진화론에 있다. 인류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익숙한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편한 만큼 에너지를 소비해가며 정보를 분석하고 대응하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낯선 것에 대해 더 불안감을 표출하는 한편 그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사용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숙한 것은 시각 정보를 분석할 때, 아예 제외시켜 뇌에서 선별적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만약 인간이 컴퓨터처럼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처리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응한다면, 우리가 하루 중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익숙한 정보를 편하게 처리함으로써 의사결정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지만, 익숙한 대상에서 발생하는 조그마한 변화를 쉽게 감지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년의 공자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逝者如斯夫)”라고 말한 바 있다. 매일같이 바라보던 냇가의 물들인데, 그날따라 심상찮게 보였는지, 흐르는 시간과 물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이처럼 익숙한 대상은 우리에게 쉽게 문제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익숙한 대상으로부터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직관이 어렵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씨티은행의 박진회 은행장은 이달 중순 ‘뉴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정해진 시간에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익숙한 불편함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에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낯선 편리성과 안정성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엑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는 십수 년 동안 인터넷뱅킹과 함께 해온 IT툴들이다. 그만큼 익숙한 대상들이지만, 모바일 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불편함의 대상이 됐다. 물론 기술적 불편함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규제가 존재했기 때문이지만, 제도에서 벗어나려하는 움직임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익숙한 불편함에 만족하며 은행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모바일 기술 혁신은 ICT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익숙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모바일-핀테크 결합 비즈니스 모델도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 속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감독당국의 빗장이 서서히 열리면서, 은행들이 낯선 편리함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낯선 편리함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뒤늦은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일까? 기술적 영역에서,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직관과 통찰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금산분리, 성과연봉제 등 금융권을 휘감은 뜨거운 감자들은 산적해 있다. 그리고 이들 문제는 큰 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의 영역은 크게 손보지 않아도 은행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안겨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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