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직장 박차고 나와 맥주 양조 길나선 도정한 대표

크래프트맥주 ‘국내 최초’ 타이틀 쌓아가는 더핸드앤몰트

▲ 잘나가던 마이크로소프트 마케터 자리를 박차고 나와 브루어리 대표로 변신한 도정한 사장. 사진은 양조팀과 의견을 나누는 도 대표. <제공 : 더핸드앤몰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40대의 나이에 잘나가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업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만의 사업을 위해 독립을 선택하더라도 대개는 자신이 일했던 영역에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업력이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분야에서 아이템을 찾아 성공적인 비즈니스 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힘든 일을 도전해야 진정한 챌린지라고 믿고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2014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의 마케팅 파트에서 잘나가던 40대 직장인에서 맥덕(맥주덕후)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더핸드앤몰트 브루어리 대표로의 변신을 시도한 도정한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아직 주세법이 개정되지 않아 브루어리 밖으로 맥주를 내다 팔 수 없었던 2013년 후반부터 남양주에 공장 부지를 구입하고, 양조설비를 구매하는 등 본격적인 양조장 공사를 시작했다. 이유는 명쾌하다.

“주세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13년 12월에 돼야 되는데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4월에는 통과됐죠. 퍼스트 무버 전략이 먹힌 것이죠.”

퍼스트 무버로서 이점을 취할 수 있다하더라도 법 개정에 앞서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도 대표는 자신의 말대로 좋아하는 맥주를 만드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됐기 때문에 수제맥주 사업을 자신의 챌린지 대상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맥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맥덕들은 그가 만든 맥주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라고 칭한다. 그리고 맥덕들이 진을 치고 있는 비어마스터클럽에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올해의 브루어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더핸드앤몰트를 만들기 전, 논현동에 합스카치라는 퓨전식당을 열었다. 친구의 제안으로 재미삼아 투자를 했지만, 그는 여기서 젊은이들의 트랜드를 읽어낼 수 있었다. 아직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여성들이 향기와 풍미를 지닌 맥주를 주로 찾는다는 점과 맛과 밸런스가 좋은 술을 선호한다는 사실까지 그는 업계에 대한 기반 지식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도정한 대표는 2014년 주세법 개정 이전부터 브루어리 공사를 시작했을 정도로 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남양주에 있는 양조장 내부모습. <제공 : 더핸드앤몰트>

1990년 중반 미국 유학 과정에서 맛본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의 맛에 반해 자가양조(홈브루잉)을 시작했던 그가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수제맥주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합스카치에서의 경험은 그가 생산한 첫 맥주들인 벨기에 밀맥주와 스타우트, 페일에일 등 세가지 스타일의 맥주로 연결됐다. 모두 그가 좋아하는 맥주이면서, 젊은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맥주이다. 이 맥주에서 그가 지향하는 ‘질과 신뢰성’을 양조장 운영 초기부터 구현했던 결과가 맥덕들의 찬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국내 크래프트맥주 양조장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그는 말한다. 발효된 맥주를 포도주를 양조했던 오크통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배럴에이징을 처음 시작한 곳도, 직접 홉을 수입해서 양조장 한편에 심어 수확해서 자신의 맥주에 처음 넣은 곳도, 한국적 요소를 맥주에 처음 구현한 브루어리도 모두 그가 만든 더핸드앤몰트의 것이다.

지금도 새로 수입한 배럴에서 새로운 맥주를 기획하고 있고, 가을쯤 만들 IPA에 넣을 홉을 올 봄에도 심었으며, 김치의 유산균을 넣은 밀맥주(케이 바이스)와 엿을 넣어 2차 발효한 벨지안 듀벨이라는 맥주 이외에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맥주를 양조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최초’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그의 맥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