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 함영주 행장 서울시향 신임 이사장 선임

메세나 활동 일환, 시향 대표이어 이사장까지 맡아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금융서비스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일반기업의 재화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공공재적 성격을 같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장 동향에 대한 감독당국의 상시적인 규제가 상존하고, 일부 파생상품을 제외하고는 각 금융회사의 상품들은 규격제품처럼 일정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수많은 규제를 받으면서 어렵게 영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 환경이 어려운 만큼 금융회사들은 각자의 브랜드와 상품을 차별화시키기 위해 독특한 마케팅을 펼쳐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얻고자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마케팅 또한 고급화돼 상품의 콘텐츠보다는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대중적인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가 힘들 정도로 대동소이한 서비스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브랜드 및 이미지를 한 번에 부각시킬 수 있는 강렬한 방법론을 찾기에 분주하다. 

모색과정에서 매력적인 방법론으로 부상한 것이 문화마케팅이다. 문화마케팅은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데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는 물론, 수익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2000년대 이후 각광을 받는 마케팅 기법이다.

단순하게는 드라마 내지 영화에 투자를 해서 해당 영화의 실적에 기초해 이자를 산출하는 상품의 개발부터 자신들만의 공연홀이나 전시공간을 만들어 해외의 유명 뮤지션을 초대해 자사 고객만을 대상으로 공연을 여는 한편 마니아들의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초대형 청음실을 설치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문화마케팅은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화돼 있다. 그런 가운데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이 인사기사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처럼 이뤄진 발표가 아니라 오랜 인연의 축적 속에서 만들어진 인사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향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태 전부터는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서울시향의 대표를 맡아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함 행장까지 이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그러니 단순한 이벤트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사적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올인 하듯이 후원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기업들의 통상적인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라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업의 도움으로 문화예술 활동이 보다 강화된다면 그만큼 보이지 않는 사회공헌 효과는 커질 것은 분명하다.

고대 아테네에서 디오니소스 축제기간 중에 공연되는 연극에 대한 제작비를 당대의 부자들이 출연해 진행하면서 우리 귀에 익숙한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등의 3대 비극작가가 있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마의 정치가 및 귀족들의 후원 속에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라는 대서사시가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후원 활동을 벌인 로마의 정치인 중에 한 사람이 마에케나스라고 하고, 그 이름에서 메세나라는 단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함영주 행장의 서울시향 신임 이사장 선임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하나금융지주의 미션을 실천하는 방법론이었을 것이며 함 행장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가치의 실행 방법이었을 것이다. 기업의 경제활동과 예술단체의 공연 활동이 잘 결합돼 서로가 상생하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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