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혁 정부 지침에도 “지주사 전환 고려 안해”
캐피탈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확충…법적 여건만 충족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없이 지주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미래에셋을 오너의 가족이나 소수에게만 기회가 있는 폐쇄적인 조직이 아니라 개인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언급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법적인 여건을 맞춰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피한다는 게 미래에셋의 일관된 입장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법,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캐피탈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을 뿐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로 전환 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자회사 지분보유한도를 충족하기 위한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캐피탈 증자만으로는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논란이 불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34.3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우회적으로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29.53%와 9.98%를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을 각각 60.19%, 48.63% 보유하고 있다. 또 박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포함할 경우 캐피탈 보유지분은 84.74%로 늘어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다시 미래에셋대우(18.47%)와 미래에셋생명(19.01%)을 지배하는 구조로 이어져 박현주 회장 일가가 사실상 캐피탈을 통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즉 낮은 지분으로도 캐피탈이 계열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여신전문금융법 상 규제를 받는 미래에셋캐피탈은 자기자본의 150%를 넘는 계열사 주식(장부가액)을 소유할 수 없으며,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에 미래에셋캐피탈은 유상증자를 통해 계열사 지분비율을 낮추거나, 매 연말 기업어음(CP) 발행 등 단기차입금 조달을 통해 총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해와 편법 지배구조 논란을 빚어왔다.

단기차입이 아닌 유상증자로 캐피탈의 자본을 늘린다고 해도, 이같은 지배구조 자체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논란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새정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개혁과제로 내세우고, 미래에셋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해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존과 다른 지배구조 개편이 요구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적은 지분과 복잡한 지배구조로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해왔음에도 지주회사로 전환되지 않도록 편법을 사용해 논란이 돼 왔다”며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던 만큼 기존 구조의 지배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네이버와 상호 주식 매입을 통해 증자 없이 자기자본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동시에 의결권 없는 주식을 우호지분(의결권 확보)으로 전환, 차후 캐피탈이 되사는 형식으로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초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약 계열사의 자사주 처분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방식에 무게가 쏠릴 경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 처분을 통해 미래에셋대우가 증자 없이 자기자본 8조원 달성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한 전문가는 “회계 상 자기주식은 자기자본에서 차감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자기주식을 처분할 경우 그만큼 자기자본은 늘어나게 된다”며 “지주사 전환을 위해 보유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는 증자를 하지 않고도 자기자본을 8조원까지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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