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억…자본 낮은 중소운용사 신규펀드 설정 자체 부담

시장상황 악재·수익 감소로 건전성 악화 시…고객 전체에 악영향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정부가 공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5월부터 신규 펀드 발행 시 운용사의 자금을 직접 투입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업계 내부에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운용사의 펀드 운용 책임을 강화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운용업 환경 등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추진된 졸속행정이란 비판이다.

금융위원회는 행정지도를 통해 지난 5월 10일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신규 발행 공모펀드에 대해 운용주체인 자산운용사가 자기자본 2억원 이상(모펀드 기준)을 투입하도록 의무화 했다. 성과보수형 펀드나 인덱스펀드(ETF 포함), 역외재간접, ELS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펀드가 대상이다.

자기자본 여력이 충분한 대형운용사의 경우 부담이 크지 않지만 자본규모가 충분치 않은 중소형운용사의 경우 신규펀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모자형펀드의 경우 모펀드 마다 2억원 이상씩 투입해야 해 펀드구조 설정에도 제약을 받는 등 오히려 운용사들의 손발을 묶는 제도란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자기자본을 투입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펀드를 선보이고 열심히 운용한다고 해도 시장상황 악화로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운용사 자체의 건전성이 악화돼 고객 전체에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신규펀드 설정 시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형식을 선택할 수 있어 대안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성과가 잘 나와도 중간에 판매사가 환매시킬 경우 운용보수가 기존 대비 절반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출시를 꺼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수 공모펀드는 운용을 잘해도 오히려 실제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자본을 태우는 쪽으로 신규 공모펀드를 발행하고 있다”며 “다만 자기자본 여력이 낮은 회사들의 경우 신규 펀드 설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객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성과보수펀드를 도입했지만, 판매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주어지지 않아 사실상 완전한 체계가 갖춰진 제도로 보기 어렵다”며 “운용을 잘해도 판매사가 성과보수 수익률 도달 전 환매와 재판매를 반복할 경우 운용사들은 기존대비 절반수준의 운용보수만 받을 수 있어 수익악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력이 부족할 경우 대주주나 계열사 자금투입, 대표 펀드매니저의 자금 투입도 가능해 부담을 경감했다고 하지만 규모가 작은 독립형 운용사들의 경우 계열사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표펀드매니저 자금투입과 관련해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대표펀드매니저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투입될 경우 매니저는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운용에 있어 다른 펀드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판매사에서 소규모펀드를 벗어나기 위해 운용사의 투자금액을 높이기를 유도하는 등 압박카드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2억으로는 트랙레코드를 쌓거나, 소규모펀드를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어서 운용사 입장에서 부담은 늘고 실익은 없는 셈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운용사의 책임강화 차원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해외에서도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태우는 경우는 객관성을 잃을 수 있어 지양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자본을 투입해 성과가 나면 좋지만, 열심히 운용했음에도 시장상황 등에 따라 성과가 나빠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운용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기존 펀드나 다른 펀드 고객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자칫 천천히 망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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