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0 00:35 (금)
[응답하라, 우리술 40]전통에 현대적 콘텐츠 채운 강릉 버드나무
[응답하라, 우리술 40]전통에 현대적 콘텐츠 채운 강릉 버드나무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07.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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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 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 출신들이 출자해서 강릉합동탁주 건물을 인수해 지역의 명물 브루어리가 탄생했다. 사진은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은경 대표 <제공 : 버드나무브루어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하나의 공간에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며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전통의 공간에 현대의 문화가 둥지 틀듯 깃들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지난 1920년대부터 줄곧 막걸리 양조장으로 운영된 강릉 홍제동의 강릉합동양조. 이곳은 막걸리 수요의 급감이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쳐 지난 2014년 문을 닫았다. 이 공간이 이듬해 수제맥주 제조장으로 탈바꿈하고 강릉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이야기다.

경기대학교 부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 출신들이 수제맥주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하고, 닫혀있던 강릉합동양조 건물을 인수하면서 과거의 막걸리양조장은 수제맥주를 만들어내는 브루어리로 변신하게 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은경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전 대표와 수수보리 팀들은 강릉합동양조 건물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양조장과 맥주를 판매할 수 있는 펍으로 재구조화한다. 과거 누룩방이 있었던 공간에 맥주 양조시설을 배치하고, 펍에서 양조설비를 볼 수 있도록 유리로 공간을 구분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현장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2층의 양조장 구조를 단층으로 터서 전통 양조장 건물의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어깃장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국 유일의 막걸리 술도가의 맥주 양조장 변신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 우리말을 즐겨 사용한다. 양조장 이름은 물론 미노리 세션, 즈므 블랑, 하슬라 IPA, 창포 에일 등 생산하는 맥주의 이름을 우리말로 지었다. 미노리는 이 맥주에 넣는 국내산 쌀을 생산하는 강릉의 한 지역명이며, 즈므는 해가 지는 마을을 뜻하고 하슬라는 큰 바다라는 뜻과 함께 옛 강릉의 지명이라고 한다. 창포는 5월 단오 때마다 머리를 감는데 사용하는 식물의 이름이다. 이처럼 강릉이라는 지역과 지역의 특산물을 맥주와 연결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자신들의 맥주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 옛 양조장의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건물의 외형은 그대로 살렸다. 사진은 예전 막걸리 양조를 할 때 굴뚝의 역할을 하기 위해 층고를 높였던 양조장의 천장부분

이와 관련, 전은경 대표는 과거 양조장이었다는 공간적 특성과 지역 농산물 사용, 그리고 우리말 상표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뚜렷한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다. 또한 이 주제를 강화시키기 위해 빈티지한 네온사인 간판과 동양화 같은 그림으로 그려진 로고까지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전 대표가 말하고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주제는 바로 ‘한국 맥주’이다. 

국내에서 80년 이상 생산됐고, 지난 몇 해 동안 젊은이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급성장한 술이지만 여전히 우리 술이라는 범주에서 비켜 서 있는 맥주의 이미지를, 전 대표는 강릉이라는 지역과 연결시킨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맥주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강릉의 맥주가 전국의 맥주로 확장되고, 결국에는 세계로 수출하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목표라고 전 대표는 말한다. 이 같은 전 대표의 전략은 재방문율의 증가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이 산과 바다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화상품까지 찾아 나서고 있고, 그 수요를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지역 술만을 즐기는 강릉 토박이들의 애향심까지 보태지면서 버드나무는 새로운 수요까지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의 ‘낡은 것’그대로의 이미지와 수제맥주라는 현대적 콘텐츠, 그리고 양조장으로서의 역사까지 보태서 새로 쓰는 버드나무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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