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보다 쉬워 판매채널에 권장
불완전판매 검증엔 ‘물음표’ 여전

▲ A 손해보험사의 모바일 해피콜 관련 교육자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엄격해진 완전판매모니터링(해피콜) 제도를 회피하고자 전화 대신 모바일을 통한 해피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해피콜에서는 전화와 달리 어려운 수준의 단답형 문제도 사실상 기존 해피콜 제도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해피콜 제도 변경에 따라 단답형, 선택형 문제 등이 포함된 해피콜을 통과하지 못하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암보험에 가입할 경우 기존 해피콜 절차에서는 “가입 후 1년 이내 암 진단 시 보험금 50%를 지급한다는 설명을 들었는가“라고 물으면 “네”라고 답하면 됐다.

이달부터는 “암 진단 시 보험금 50%를 받는 기간이 가입 후 몇 년 동안인가”란 질문에 주관식(단답형)으로 답해야 한다.

보험소비자가 해피콜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70점 이상 맞추지 못해도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게다가 보험가입자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거나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저축 등 다른 금융상품이라고 답변을 했다면 해당 보험계약은 즉시 반송되거나 청약철회된다.

보험업계는 어려워진 해피콜 과정에서 반송 혹은 청약철회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답형 질문의 경우 △저축성보험의 사업비 수준이나 원금도달 기간 △암보험의 면책 혹은 감액기간 △실손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 등을 직접 대답해야 하는데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답변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감원은 보험사의 요청에 따라 전자적 방법(모바일, PC)에 의한 해피콜 시에는 단답형 질문도 선택형 질문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선택형은 예를 들어 변액보험 가입 시 “납입한 보험료 전체가 펀드에 투입되는가? 사업비를 뺀 일부만 펀드로 운용되는가?“에 대해 하나만 선택해 답하면 되는 식이다. 주관식 답변보다 난이도가 매우 낮아진다.

보험사들이 전화 대신 모바일을 통한 해피콜을 고객에게 주로 권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사실상 기존에 진행하던 ‘예, 아니오’ 식의 해피콜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A 손해보험사는 이달부터 영업채널에 전화 대신 모바일 해피콜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타 보험사들도 변경된 해피콜 제도의 시범운영 기간인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단답형 질문을 모두 선택형으로 바꾼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완료해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덕분에 모바일 해피콜이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강화된 해피콜 제도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금감원이 해피콜 제도를 대폭 손질한 이유도 기존 해피콜 제도가 불완전판매 검증 효과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지만 결국 모바일에서는 이전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모바일 해피콜은 사실상 기존 해피콜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주관식 문항이 선택형 등으로 대체되면 아무래도 난이도가 쉬워지고, 모바일로 진행하다보니 판매자가 개입할 여지도 커 주로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제도 변경으로 이제 해피콜 답변내용은 향후 민원, 분쟁조정 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단답형 답변이 없는 모바일 해피콜은 보험사의 면피용 요식행위를 만들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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