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자금조달 조건 합의 못하고 탈퇴

국내 5개 시중은행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뿐만 아닌 투자기관과 적극적인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R3CEV는 올해 상반기 바클레이즈, HSBC,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43개 회원사와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 미국 인텔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인텔캐피탈로부터 1억700만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유치했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금액은 현재까지 분산원장 기술분야에서 이뤄진 단일투자 중 최대 규모로, 올 하반기에는 회원사뿐만 아닌 비회원을 대상으로도 추가 투자유치에 나설 예정이며 모집액은 5000만달러(한화 약 560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R3의 초기 구성멤버였던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자금조달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컨소시엄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탈퇴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IBM과 함께 2014년에 설립된 블록체인 스타트업(Digital Asset Holdings)에 공동 투자하고 있다.

R3CEV는 블록체인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용도로 투자 유치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R3는 지난 2015년 9월 금융분야에 적용할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등 9개 글로벌 금융회사와 함께 R3CEV(Crypto, Exchanges and Venture Practice)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한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를 발표했으며, 현재R3CEV에 가입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송금·결제, 계약체결, 자금세탁방지 등 다양한 금융분야 프로젝트에 코다 플랫폼을 테스트 중이다.

일본 노무라 홀딩스, 다이와 증권그룹,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은 올해 코다를 활용해 ISDA(국제 스왑 및 파생상품 협회) 마스터 계약을 체결하는 실증 실험을 완료했다.

코다를 통해 ISDA 마스터 계약을 체결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계약조건 협상에 필요한 이메일 송수신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며 합의 내용이 분산원장 플랫폼에 시계열적으로 안전하게 저장돼 프로세스 효율성이 증대된다.

ISDA 계약서는 다양한 파생상품 스왑, 옵션, 선물 등에 적용되는 협회가 제정한 표준 계약서로 표준화된 조항들로 구성돼 있어 별도의 해석이나 숙독이 필요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국내 5개 시중은행도 최근 고객확인 정보를 코다로 저장해 공동관리하는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한 은행에서 고객확인 절차를 거치면 타 은행과 정보가 공유돼 거래 은행마다 고객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확인제도(CDD)는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고객의 명의, 주소, 연락처, 금융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고객 또는 서비스는 신원확인 외에 고객의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금융거래 목적과 거래자금의 원천 등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EDD: Enhanced Due Diligence).

산은경제연구소 백웅조 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은 제조업체의 공급망 관리, 의료서비스, 부동산 등 타 산업에서 선제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금융업에 빠른 시일 내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은 R3CEV, 하이퍼렛저 프로젝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가입뿐만 아닌 국내 은행권,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등 업권별 컨소시엄을 활용한 적극적인 금융권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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