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올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고령화에 대비한 노후소득보장 대책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공·사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이로 인해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태여서 연금정책문제가 최대 현안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노후빈곤 문제와 연금정책을 평가하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연금체계를 지니면서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미국의 연금정책을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고령사회에 대비해 온 국가로 유럽에 비해 노인빈곤 문제는 다소 취약하지만 공적연금의 재정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노후빈곤에 국가적 대응 필요…韓 OECD 중 최악

한국과 미국은 노후빈곤을 대처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복지지출과 공적연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노인 복지수준이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두 국가 모두 OECD 34개국의 평균 노인빈곤율인 12.6%에 비해 높아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한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점에서 노인빈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과 미국의 고령자(65세 이상)를 단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 고령자는 미국 고령자에 비해 소득 수준이 크게 낮은 편이다. 한국 고령자의 소득은 전체 인구소득의 60.1% 수준으로 미국(92.1%)에 비해 32.0%나 낮고, 이로 인해 노인빈곤율은 한국이 49.6%로 미국 21.5%에 비해 28.1%나 높게 나타났다.

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 비중(2014년)도 한국은 10.4%로 미국 19.2%, OECD 평균 21.6%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6~2020년 동안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지급액의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7.4%, 5.2%로 예상되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장수화로 노인빈곤율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통해 볼 때 고령층의 노후소득보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 뿐만이 아니라 공·사적 연금을 동시에 검토한 후 연금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 가입 측면을 살펴보면 한국은 미국에 비해 공적연금 보험료가 적고 가입률도 낮은 편이다. 공적연금 보험료율은 한국(국민연금)이 9%로 미국(OASDI) 12.4%에 비해 낮고 공적연금 가입률도 한국이 78.2%(2017년)로 미국 94.0%(2013년)에 비해 15.8%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적연금 급여 측면을 비교하면 제도 자체의 급여수준은 미국보다 적은 편은 아니다.

납부예외자, 체납자 등 가입 측면의 사각지대가 없고 제도성숙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우리나라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은 미국보다 오히려 높아 제도적으로는 미국 OASDI보다 급여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적연금 측면에서 보면 한국 퇴직연금의 가입률은 미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한국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13.9%로 미국 41.6%에 비해 27.7%나 낮아 GDP 대비 사적 연금자산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적연금자산 비중(2014년)도 미국에 비해 75.7% 낮고, OECD 평균인 37.2%에 비해서도 29.9%가 낮았다.

◆美 사적연금 개혁 통해 공적연금 기능 보완

미국의 공적연금 개혁은 1982년 사회보장기금이 113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개혁과 동시에 본격화됐다.

미국 공적연금 개혁의 특징은 재정안정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급여를 줄이고 보험료를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1983년 사회보장개혁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f Social Security Reform)는 재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급여를 줄이고 부담을 늘리는 공적연금개혁을 추진했다.

위원회에서는 사회보장세를 5.4%에서 5.7%로 늘리고 연금수령연령을 65세에서 단계적으로 67세로 상향 조정했으며 조기퇴직연금(62세)도 완전노령연금의 80%에서 70%로 삭감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공적연금 개혁은 공적연금의 점진적 개혁과 더불어 민영화를 추진하는 개혁으로 추진됐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공적연금의 민간시장 활용 확대, 사회보장세 일정 부분을 DC형 개인계좌로 운영하는 등 공적연금의 점진적 개혁을 추진했고, 부시 행정부에서는 사회보장의 민영화를 시도하는 논의가 있었으며 오바마 행정부도 공적연금 민영화 논쟁이 있었지만 민영화로 전환은 추진되지 못했다,

공적연금 개혁과 함께 다양한 사적연금 개혁도 함께 추진됐다. 미국의 사적연금 개혁은 연금상품 다양화, 세제혜택 강화, 연금지급보장 등을 통해 약화된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미국 퇴직연금은 고용주와 근로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가입하지만 긴 제도운영 기간 동안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s) 등 다양한 연금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IRA는 전통형 IRA, Roth IRA, SEP(Simplified Employee Pension) IRA, 교육 IRA, Self-Directed IRA 등 으로 나뉘어 있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또한 이익분배제도, 종업원지주제도, 401k, 403k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돼 퇴직연금의 가입 선택폭을 확대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적연금 세제혜택 외에 은퇴직전 세대에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추가납부제도(Catch-up plan)도 도입해 50세 이상 가입자는 연간 6500달러의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또 연금지급보증제도 운영, 예금자 보호한도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수급권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DB형의 경우 연금지급보증공사(PBGC: Pension Benefit Guaranty Corporation)를 설립해 법적으로 연금지급을 보증하고 있으며, DC형의 경우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대한 예금자 보호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설정해 연금수급권을 강화했다.  

보험연구원은 “미국은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공적연금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공·사 간 역할분담이 어느 국가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60년에 기금 소진의 우려가 있고 최근 고령화 및 경기 부진 등으로 재정불안정이 더 커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 등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류건식 연구원은 “국민연금제도는 체납자, 납부예외자 규모가 450만명 수준이고 이들이 대부분 저소득·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사각지대를 완화하는 제도 내실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노후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퇴직직전 세대에게 추가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추가납부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 DB형 퇴적연금에 대한 원칙론적인 지급보증이 아닌 실질적인 지급보증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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