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인원 170명…임원 모두 해임
영업채널 붕괴에 7월 초회보험료 ‘반토막’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KDB생명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회사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KDB산업은행 편입 이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연내 매각 목표를 완수하고자 보험사를 운영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 26일까지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20여명의 희망퇴직 인원을 결정했다.

지난 3~14일 1차 희망퇴직 기간을 통해 약 57명의 신청자를 받은 만큼 총 희망퇴직 인원은 170명으로 마무리됐다.

KDB생명의 총 인원은 900여명 수준으로 당초 이사회 결의를 통해 목표했던 200명에 미치지 못한다. 또 한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45세 이상 또는 20세 이상 근무자이고 퇴직금은 최대 24개월치 월급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2차 희망퇴직 인원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로 강압적인 구조조정 과정과 영업채널의 붕괴를 들고 있다.

먼저 실시된 1차 희망퇴직에서 대면영업 채널을 총괄하는 임원 3명이 경영상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가면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컨설팅사인 SIG파트너스는 과거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해 KDB생명의 건전성이 악화된 문제를 두고 일선 영업채널부터 문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산은과 SIG파트너스는 현재 건전성 악화의 주범이 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 사람들이 아닌 일선 판매자들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2차 희망퇴직 과정에서는 인사담당 임원을 제외한 전체 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부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단 점에서 사실상 권고사직으로 풀이되는데 안양수 사장 이외에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임원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170개인 영업지점을 절반 수준으로 통폐합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면서 KDB생명의 영업조직은 붕괴 위기에 놓여있다.

실제로 이달 26일 기준 KDB생명의 대면채널 월납초회보험료는 18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37억원) 대비 51.2% 축소됐다.

전달까지만 해도 30억원 수준의 월납초회보험료를 올리고 있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새롭게 체결되는 계약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보험사의 신계약 실적을 나타내는 월납초회보험료가 반토막 난데다 설계사 채널의 수수료율 하향 조정까지 이뤄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설계사들까지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내부적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은의 책임론도 강력하게 제기된다. 보험업이란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향후 보험사의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KDB생명의 부실 책임은 대주주인 산은에 있음에도 경영상의 책임을 직원에게만 전가시킨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KDB생명 관계자는 “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책임을 영업채널에 전가한 것부터 이미 장기적인 경영에 대한 의지는 없다고 보여 진다”며 “산은과 컨설팅사가 보험업의 특성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매각만을 위한 구조조정만 단행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산은은 3년에 걸친 KDB생명 매각작업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KDB생명의 경영개선 과정을 거친 뒤 자본 확충을 진행, 연내에는 매각을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삼았다.

업계는 대면 영업조직이 붕괴된 보험사가 매각과정에서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이 정도까지 이뤄졌다면 보험사를 최대한 예쁜 물건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영상의 책임을 모두 영업채널에 지웠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부적인 반발도 매우 거셀 텐데 이미 매수자를 구하고 인수합병 협상 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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