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인공지능 가격담합 ‘디지털 카르텔’ 부상
문혜정 기자  |  mik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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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4  09: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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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과 컴퓨터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며 새로운 유형의 담합 행위인 ‘디지털 카르텔’이 수면 위로 등장하고 있다.

카르텔(cartel)은 기업이 경쟁의 제한이나 완화를 목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산업 간 결성되는 기업담합 형태를 말한다. 알고리즘은 정보의 활발한 유통과 거래비용 절감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소비자의 후생 증진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투명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낮은 디지털 경제시장은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카르텔이 쉽게 용인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의 가격 알고리즘이 담합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우버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 

LG경제연구원은 디지털 카르텔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해 법적 사례가 나오지 않았지만 온라인쇼핑이 대중화되며 향후 유사한 사례들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이 스스로 판단해 담합 결정

알고리즘은 담합 과정에서 정보교환, 가격조정, 가격 모니터링 등의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해 담합의 발생위험과 지속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카르텔은 알고리즘의 이용 방법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담합을 공모한 기업이 동일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을 유사하게 조정하는 ‘메신저(Messenger) 유형’ ▲하나의 플랫폼(hub)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경쟁기업들(spoke)이 플랫폼의 가격결정 시스템을 동일하게 이용하면서 수평적 담합이 나타나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유형’ ▲인터넷을 통해 가격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이 알고리즘에 의해 탄력적으로 결정되는 시장상황에서 명시적 합의 없이 발생하는 ‘프레딕터블 에이전트(Predictable Agent)’ 유형 ▲기업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교한 예측력에 의해 초래되는 ‘오토노머스 머신(Autonomous Machine)’ 유형이다.

특히 프레딕터블 에이전트 유형은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순간 경쟁기업이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할 경우 애초에 기대했던 가격 인하의 고객유인 효과가 사라지고 묵시적 담합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오토노머스 머신 유형은 인간의 개입 없이 시장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경쟁 제한적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또한 전자상거래의 대표적 형태인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됨에 따라 디지털 카르텔의 발생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암표매매의 경우 아직 디지털 카르텔이라고 할 수 없지만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2차 티켓시장이 합법화되면 1차 티켓시장에서 티켓을 다량 구매한 브로커들이 2차 시장에서 담합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일부 수정해 티켓 구매와 재판매를 자동화해 디지털 카르텔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실제 유럽집행위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소매업체의 3분의 2가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추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일부는 가격까지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검증 및 법적지위 부여 등 법적 고민

디지털 카르텔의 부상은 알고리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디지털 카르텔뿐만 아닌 빅데이터에 의한 경쟁제한 행위,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거래문제 등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경쟁사업자들 간의 정보교환 만으로는 합의가 추정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준용되기 때문에 디지털 카르텔에 대한 법적 공백이 더욱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디지털 카르텔에 대한 법적 논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알고리즘 감사’ 제도다. 알고리즘의 작동방식과 영향에 대해 공적인 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당국에서 사전에 기업 결합에 대한 심사를 실시하는 것과 같이 기업이 채용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미리 검증을 하는 과정이다.

알고리즘 감사 제도는 알고리즘에 의한 경쟁 제한적 결과를 사전에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알고리즘의 작동 메커니즘을 공개하는 것이 특정 기업의 영업기밀이나 지재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공개하더라도 전문가가 쉽게 해석하기 힘든 경우 감사 비용이 매우 높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제도적인 대응방안으로 알고리즘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법인에 법인격이 부여하듯 알고리즘에도 비슷한 방식의 법적 지위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1월 유럽의회가 로봇에게 ‘전자인(Electronic personhood)’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안을 결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연구원은 “디지털 카르텔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국가의 경제와 기업간 경쟁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임과 동시에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글로벌 알고리즘의 추세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보다 광범위한 영역으로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전망이지만 기술 및 경쟁 환경의 변화에 대해 정책적·제도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기술도입에 따른 혁신적 효과보다 부작용을 높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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