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인터넷은행 돌풍이 불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 4월 3일 출범 이후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27일 영업을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일주일 만에 신규계좌 등록수가 150만건을 넘어섰다,

예금보험공사는 10여년 전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국내 인터넷은행이 가야 할 방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야후, 세븐일레븐, 라쿠텐…모기업 적극 활용

일본 인터넷은행 중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은행은 재팬넷은행, 세븐은행, 라쿠텐은행, 다이와넥스트은행, SBI수미신넷은행 5개 은행을 꼽을 수 있다.

재팬넷은행(Japan Net Bank)은 지난 2000년 일본 최초로 설립된 인터넷은행으로 야후(41%), 미쓰이스미토모 은행(41%)이 주요 주주다. 임직원수는 약 300여명이며 대주주인 야후재팬을 적극 활용하며 영업개시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7619억엔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결제서비스 수수료수익 등을 바탕으로 21억엔을 기록했다. 재팬넷은행은 자산의 대부분을 유가증권(46.6%) 및 현금성 자산(29.5%)으로 운영함에 따라 자본적정성 비율(29.45%)을 일본 은행 평균(9.86%) 대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재팬넷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대주주인 야후재팬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야후 웹화면 에서 예금계좌 개설 및 수수료 무료·포인트 적립, 야후 옥션 판매자를 위한 대출 상품 제공 등 야후재팬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경마, 경정, 경륜 등 공영경기의 결제자금 이체서비스를 제공해 일본 승마협회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는 한편 대주주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보증계약을 통해 대출관련 신용리스크를 감축했다.

2001년 IY은행으로 설립된 후 2005년 사명을 변경한 세븐은행은 설립 이후 3년만에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했다. 주요 주주는 세븐일레븐(38%)이며 올해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9556억엔으로 설립이후 연 평균 14.4% 성장하고 있다.

약 480여명의 임직원이 종사하는 세븐은행은 ATM를 활용하는 은행 특성 상 자산의 72%를 위험가중치가 낮은 현금성 자산으로 운영함에 따라 자본적정성 비율도 56.2%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븐은행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세븐은행과 제휴한 금융기관과 고객이 윈윈할 수 있는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 모델이다. 수백개의 금융기관과 제휴해 ATM 사용료를 받고 제휴 금융기관은 세븐은행의 ATM을 활용해 설치·보안 업데이트 등 자체 ATM 운영비용을 절감한다.

고객들이 일본 전역의 2만3368개 ATM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금융거래를 이용함에 따라 세븐은행의 ATM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비중은 98%에 육박한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브랜드인 로손(Lawson)도 세븐은행을 벤치마킹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쿠텐은행(Rakuten Bank)은 2001년 설립된 e은행(ebank)을 인수해 2010년 라쿠텐 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라쿠텐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임직원수는 약 600여명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1만8768억엔으로 설립이후 연 평균 44.7% 성장했으며 인수 후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했다.

라쿠텐은행은 라쿠텐그룹 계열사를 적극 활용 하는 슈퍼포인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라쿠텐그룹 계열사인 은행, 증권, 보험, 쇼핑몰을 연결해 포인트를 통합(슈퍼포인트)하고 라쿠텐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받은 포인트를 라쿠텐은행의 송금 수수료 등에 이용해 라쿠텐 계열사의 고객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증권과 은행 연계시켜 투자금 고금리 운용

지난 2011년 설립된 다이와넥스트은행(Daiwa Next Bank)은 다이와증권그룹이 100% 소유하고 있는 은행으로 설립 이후 1년만에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4만6949억엔으로 설립 이후 연 평균 24.1% 성장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억엔으로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꾸준히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다이와넥스트은행의 핵심은 모회사인 다이와증권과 연계를 통한 은행의 보통예금 계좌와 증권 거래계좌간 자금이체 자동서비스에 있다. 증권사의 예탁금을 익일에 자동 이체해 우대금리 예금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이와증권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하고 있다.

또한 증권화면에서 은행잔고를 조회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예금규모가 주식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을 감안해 자산의 대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구성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SBI수미신넷은행(SBI Sumishin Net Bank)은 지난 2007년 설립됐으며 SBI홀딩스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4만4363억엔으로 설립 이후 3년만에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했다.

지난 2009년 더 아시안뱅커(The Asian Banker)로부터 최우수 인터넷전문은행상을 수상한 SBI수미신넷은행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다이와넥스트은행과 비슷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다.

30~40대 남성 직장인을 타켓으로 은행의 보통예금 계좌와 SBI증권 거래계좌 간 자금을 자동이체해 투자 대기자금의 고금리 운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난해 8월 핀테크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4개월만에 100억엔의 실적을 달성했다. API를 통한 가계부,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출금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9~15%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는 자동차 담보대출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운행 정보의 실시간 측정, 상환 연체 시 자동차 원격 정지 등 효율적인 여신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모기업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포인트통합 등 모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며 단시간에 흑자로 전환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등 전통적인 여신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여신 외 편의점을 활용한 금융거래 수수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 창출이 이뤄지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예금보험공사 홍승철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도 다양한 주주가 분포돼 있는 장점을 살려주주의 고객을 흡수하고 중금리 대출 수익 외 수수료 수익이나 채권 투자 등 차별화된 수익원 창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단 인터넷은행은 기존은행과 달리 전략, 신용, 유동성, 운영리스크 등 고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적절한 리스크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당국 또한 조기부실을 방지하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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