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찬주로 사용되며, 할인매장·편의점 매출도 급증

브루어리 대표 “급성장” 이구동성…일부 “양극화” 전망도

▲ 지난 2014년 소규모주류제조장에서 생산한 주류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외부유통을 기다리는 더테이블 브루어리의 20리터 들이 맥주 케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맥주의 계절이어서 일까? 수제맥주 시장이 뜨겁기만 하다. 경제인들과 만난 대통령은 국내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세븐브로이의 맥주로 건배를 했으며, 그 여파는 할인매장과 편의점에서의 국내 수제맥주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소규모맥주제조장의 맥주도 내년 2월부터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2017년 주세법 개정안까지 발표해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대략 2조700억원 수준. 여기에 최근 1~2년 사이 ‘만원에 4캔’하는 수입맥주 시장이 대략 10%에 달하는 2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주류 시장의 규모는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수입와인이 주는 만큼 수입맥주가 커진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에 따라 수제맥주 양조장의 맥주를 외부 유통하게 되면서 수제맥주 시장도 탄력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제맥주의 올 시장 규모는 전체 맥주 시장의 1% 수준인 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맥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2014년 세법 개정 이후 2배 정도 성장한 것이며, 이는 향후 10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수제맥주 업계의 관측이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듯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근 본격 생산에 나선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맥주 양조장(2000만 리터)인 제주맥주는 직접 지분형 투자를 통해 일반 주주를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에 나설 계획이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돼 매출의 호기를 잡고 있는 세븐브로이 또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소규모맥주제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브루어리의 대표 내지 수석 양조사들이 느끼는 수제맥주 시장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더핸드앤몰트 도정한 대표는 와인붐이 불었던 2000년대의 와인시장에 빗대, 수제맥주 시장의 급성장이 10년쯤 갈 것 같다고 예상한다. 이유는 접근성과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와인보다 더 쉽고 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수제맥주 시장에 자본이 들어오는 만큼 관련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어 시장에서의 단절도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특히 “향후 3년간은 최소한 두 자릿수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핫한 장소로 부상하고 있는 어메이징 브루어리 김태경 대표도 도 대표와 같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 대표는 “브루펍을 찾는 고객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보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부모 세대만큼 부자가 될 자신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제맥주 한 두어 잔이 ‘자신만의 사치’라고 여긴다”며 “이러한 소비성향이 수제맥주 시장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향후 10년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일부는 양조장의 양극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수제맥주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와인 발효 오크통에서 2차 숙성되고 있는 굿맨 브루어리의 맥주들.

구리에 자리한 굿맨 브루어리 수석 양조사인 조현두 이사도 수요 증가가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양조가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양극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프리미엄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과 저가의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으로 분화돼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편 강릉에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전은경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에 수제맥주 문화를 즐기고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매니아 층이 많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현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수제맥주 문화로 대중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규모맥주제조업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동시에 완화돼야 양조장에서도 더 질 좋은 맥주를 생산하면서 업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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