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의 ‘2017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한국 부자는 약 24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한국 부자인구와 자산은 2012년 16만3000명(366조원)에서 2016년 24만2000명(552조원)으로 부자수 및 자산 규모가 매년 평균 10%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 부자들은 자산을 처음 어떻게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자산을 어디에 투자하며, 노후에는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있을까? 본지는 2017 한국부자보고서를 통해 한국 부자들의 자산운용행태 및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을 (1) 부동산 (2) 금융 (3) 자산이전 세가지 영역으로 나눠 분석하고 그들을 통해 일반 가계의 자산증식 및 노후준비를 점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자들이 최초 구입한 부동산은 ‘아파트’

한국 부자에게 부동산은 주식과 비슷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손실 위험이 매우 낮은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 부자들의 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부동산자산(주택, 건물, 상가, 토지 등)이 52.2%, 금융자산 44.2%, 기타자산(예술품, 회원권 등)이 3.6%를 차지해 부동산 비중이 다소 높은 자산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평균 부동산 규모는 28억6000만원으로 국내 전체 가계의 부동산자산 평균 2억5000만원의 약 11배 수준이다.

특히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은 ‘거주용 부동산(49.5%) 보다 투자용 부동산(50.5%)이 더 많은비중을 차지했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전체 부동산 자산 중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높게 나타나 총자산이 50억원 미만은 43.7%, 50~100억원은 65.3%, 100억원 이상은 82.0%로 늘어났다.

한국 부자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부동산을 통한 성공적인 자산축적 경험에 기인하기 때문에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이 부동산자산을 형성해온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설문 응답자 중 ‘스스로 자금을 모아’ 처음 부동산을 구입한 한국 부자의 비중은 69%였으며 상속 및 증여에 의해 최초 부동산을 소유한 비중은 약 30%로 나타났다.

‘스스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최초 구입한 한국 부자의 구입 시기를 살펴 보면 서울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의 비중이 21.6%로 가장 높았으며다음으로 2000년대 초반(17.6%) 1990년대 초반(16.9%) 순이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된 80년대 중반까지는 서울 ‘강남’의 최초 구입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노원구/마포구 등에 대규모 주택 단지가 건설된 80년대 후반에는 서울 ‘강북’이, 분당/일산 등 서울 근교 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진 90년대 초에는 ‘경기’ 지역의 구입 비중이 높았다.

한국 부자의 최초 구입 부동산은 아파트가 76.6%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아파트 외 주택/오피스텔(14.0%), 토지(4.7%), 상가(3.2%) 순으로 나타났다. 구입 시기별로는 1980년대 들어 아파트의 비중이 80%를 넘어선 후 점차 그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상가 및 전원주택 등 기타 부동산의 비중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초 부동산 구입 가격은 평균 2억3000만원으로 부동산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2억1000만원, 주택/오피스텔이 1억4000만원, 상가가 6억8000만원 정도였다. 구입 시기별로는 1980년대에는 평균 7000만원 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1억6000만원, 2000년대 4억원, 2010년 이후에는 5억3000만원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 일반인의 첫 부동산 구입시기별 구입금액의 패턴과 일치하지만 1990~1994년 첫 부동산 구입금액 평균은 한국 부자가 일반인의 2배(1억4천만원 vs. 7천만원), 2010년 이후는 3배(5억3천만원 vs. 1억7천만원) 수준으로 점차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 ‘반포, 잠실, 판교’ 5년 내 부촌 진입 가능성 ↑

한국 부자의 전체 부동산자산 중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거주 부동산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거주 부동산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이며 매매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투자수단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자산이다. 한국 부자의 전체 부동산자산 중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9.5%로 국내 전체 가계(56.9%)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였던 2015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자들의 현재 거주지역은 서울 강남이 39.9%로 가장 높고, 경기/인천(20.7%), 서울 강북(14.5%) 순이었다.

현재 거주지역을 부동산 최초 구입지역과 비교해 보면 서울 강남의 거주 비중은 부동산 최초 구입지역 비중 대비 9.4%포인트 높아 한국 부자들의 유입이 많았던 반면, 서울 강북은 현재 거주 비중이 6.1%포인트 낮아 타 지역으로 많이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유형은 아파트가 76.8%로 국내 일반 가구의 아파트 비중 48.1%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아파트는 한국 부자에게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단 총자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부자들은 아파트 및 빌라/오피스텔 거주 비중이 다소 낮고 주상복합의 비중이 높았다.

현재의 거주 지역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변 환경이 쾌적해서’(21.7%)로 나타났으며 ‘좋은 교육환경’(19.0%), ‘오랫동안 거주한 친밀감’(17.7%)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거주 지역 선택 이유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 강남3구는 ‘좋은 교육환경’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가격 상승 등 투자가치’ 또한 높은 비중을 보였다. 기타 서울지역은 ‘오랫동안 거주한 친밀감’ 및 ‘교통 편의성’, 경기/인천 지역은 ‘쾌적한 주변 환경’ 및 ‘투자가치’, 지방은 ‘쾌적한 주변 환경’ 및 ‘오랫동안 거주한 친밀감’ 등 이 평균 대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현재 대표적인 부촌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으로 한국 부자들은 ‘강남구 압구정동’(47.4%), ‘용산구 한남동’(21.9%), ‘강남구 청담동’ (21.2%), ‘강남구 대치동’(19.1%), ‘서초구 반포동’(10.1%) 등을 꼽았다.

향후 5년 내 부촌으로 인식될 지역에 대해서는 ‘압구정동’(38.5%)과 ‘한남동’(27.2%)이 가장 높았으며 압구정동의 비중은 다소 하락한 반면 한남동의 비중은 증가했다.

현재와 비교해 향후 5년 내 부촌으로 인식될 지역은 ‘청담동’, ‘대치동’, ‘성북동’, ‘평창동’ 등 전통적 부촌의 비중은 다소 감소한 반면 ‘반포동’, ‘잠실동’ 등은 증가했다. 서울 외 지역은 ‘분당구 판교동’, 부산 ‘해운대구 우동/좌동’ 등이 향후 부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수익 하락에도 “투자 계속하겠다”

한국 부자에게 부동산은 단순히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닌 적극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글로벌 고자산가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17.9% 수준인 반면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비중은 35.8%로 2배나 높은 수준이다.

다양한 투자대안 중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대해 한국 부자들은 ‘국내 부동산’(43.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손실 위험 등을 고려할 경우 선호도가 53.1%로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부자들의 투자용 부동산 보유율은 아파트가 49.0%로 가장 높았으며 토지/임야가 48.7%, 빌딩/상가가 42.6%의 순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보유 규모별로 살펴봤을 때 아파트 보유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총자산 규모가 큰 부자(50억원 이상)는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부동산의 보유율이 높았으며 특히 빌딩/상가 보유율의 경우 27.6%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였다.

거주 지역별로는 강남3구 부자들은 아파트 및 빌딩/상가, 오피스텔의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기타 수도권은 오피스텔 및 단독/연립주택, 지방은 토지/임야 및 단독/연립주택의 보유율이 평균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부동산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하락했음에도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 비중이 전년 조사와 비슷했지만 지방에서는 2016년 1%였던 긍정적 인식이 37.0%로 크게 증가하며 수도권과 지방간 부동산 가치의 균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부동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겠다’는 응답 비중은 20.2%에 불과하며 ‘현 상태 유지’(39.4%), ‘전/월세 등 임대형태 변화’(22.3%),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 부동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높아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한 애착을 확인할 수 있다.

◆들썩이는 부동산…부자에겐 가장 매력적 투자처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 관련 정보를 주로 공인중개업체(65.8%)나 주변 가족/지인(59.6%), 매스미디어(28.2%) 등을 통해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부동산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며 금융기관 등을 통해 전문적인 부동산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의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부자 중 ‘전문적인 부동산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향후 부동산 자산관리서비스 이용의향이 높다고 응답한 한국 부자는 52.6%로 ‘이용의향이 낮다’는 응답(23.2%)를 크게 상회했다.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비중도 56.9%로 전문적인 부동산 관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자산 규모별로는 총자산 규모 50억원 이상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관리서비스 이용 경험률(38%)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향후 이용의향 측면에서도 총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중 서비스 이용의향이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중이 20%로 평균(5.7%)을 크게 상회하는 등 자산규모 별로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2년 이후 부자의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하고 부동산자산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됐지만 올해는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자산 비중도 동반 상승했다

KB경영연구소는 “부동산자산 비중의 증가는 2016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매매시장의 상승세와 투자수요로 인한 분양시장 및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부동산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한국 부자에게 있어 부동산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 인식됨과 동시에 손실 위험 등을 고려해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상 부동산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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