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메리츠 IB부문수익 약진으로 ROE 1·2위 수성
미래에셋대우·KB·삼성 등 자본효율성 한투 ‘반토막’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올 상반기 증시활황 기류를 타고 증권사들이 전반적인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몸집 대비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에서 희비가 갈렸다.

초대형 IB(투자은행) 등장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몸집불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ROE가 증권사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부상했지만, 자기자본규모 1, 2위인 공룡 증권사들의 ROE가 오히려 낮은 상황이어서 체면을 구기고 있기 때문.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자기자본 대비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4조4019억원으로 업계 3위 수준이지만 상반기 2705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턱밑을 바짝 추격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2328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 대비 자기자본이 1.6배가량 많지만 순이익에서는 겨우 32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상반기 기준 ROE(자기자본 6월말, 분기순이익 기준)는 한국투자증권이 6.15%로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미래에셋대우는 3.78%로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ROE가 높은 증권사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메리츠종금증권이 차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는 5.7%로 상반기에만 17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3조1379억원으로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통해 본격적인 초대형 IB 경쟁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4조7277억원으로 규모면에서 2위에 해당하지만 상반기 1954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과 순이익에서 8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으며, ROE도 4.13%로 4%대를 겨우 턱걸이 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2.98%), 삼성증권(2.88%), KB증권(2.16%) 순으로 자기자본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ROE를 끌어올린 원동력으로는 IB부분 수익 증대가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뒀지만, 올 상반기 IB부문에서 1184억원의 순수수료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수수료수익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은 966억원, 삼성증권은 402억원을 거둬들였다.

법인세 등을 제외한 IB부문 분기순이익을 기준으로하면 미래에셋대우가 680억원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KB증권이 1057억원, 신한금융투자가 187억원으로 은행계 증권사간에도 낙폭이 크게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호황으로 증권사들이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덩치를 키운만큼 그에 따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몸집이 큰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적을 보여 ROE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초대형 IB 지정 및 신규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지면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능력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S&T부문, PI투자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최근 대형사의 IB수익은 한 단계 레벨업 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IB수익이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지면 대형사 위주의 실적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상반기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대우 등이 IB(기업금융), PI(자기자본투자) 부분에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해 차별화된 실적을 시현했다”며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을 적극적으로 수익활동에 연결시키고 있는 모습이지만 3분기 지수상승 속도 둔화 및 채권금리 리스크 등이 차별화 포인트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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