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바이’ 새비전 공포, 업계와 고객, 새로운 혁신까지 주도

전사적 디지털 전환 추진하며 ‘차별화된 1등’ 전략 구사예정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아직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랫동안 리딩을 유지해온 조직의 기억이 고착화돼 혹시라도 착시에 빠져 갈라파고스화될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다. 아니면 차별화된 온리원(Only 1)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치닫기 위해 조직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갈라파고스’의 합성어 ‘카라파고스(카드+갈라파고스)’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비글호를 타고 도착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다윈이 관찰한 현상은 대륙과 분리된 자연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행된 색다른 ‘진화’현상이었다면, 최근 경영학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자국 고객층의 취향에 경도돼 세계 시장에서의 다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한 기술적 오만(휴브리스)의 결과다.

일본의 IT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때가 있었다. 사실 정보통신 관련 기술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도 남을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다른 나라의 요구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으며, 결과는 시장 주도권 상실로 연결됐고, 결국은 세계시장에서의 리딩 지위마저 잃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일본의 경영학자의 입을 통해 등장한 단어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다.

올 3월 취임한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가 지난달 자사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갈라파고스’를 메시지의 키워드 중 하나로 사용했다. 임 대표가 갈라파고스를 인용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기존 카드업에 갇힌 방식과 사업구조로 시장에서 뒤처지는 ‘카라파고스’화를 경계해야 한다”. 이유는 신한카드의 입장에서 볼 때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한다.

그런 이유에서 임 대표가 꺼낸 해법은 브랜드 슬로건인 ‘리드바이(Lead by)’에 잘 담겨져 있다. 한마디로 신한카드가 이끌겠다는 뜻이다. “신한카드가 시장의 표준이 되고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리딩 브랜드로서 역할”을 다해 시장에서 고립돼 발생하게 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을 피하는 한편, 신한카드가 중심이 돼 시장을 형성하도록 노력을 다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한카드가 제시한 리드바이의 범위는 자사에 국한되지 않았다. 범위가 일개 기업 차원을 벗어나 산업 전체, 그리고 소비문화 영역 전체를 의미하고 있다. 소비자의 생활, 경험, 가능성 등 카드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다 담겨 있다. 그리고 방법론은 취임일성으로 내놓았던 ‘디지털 퍼스트’와 전임 대표시절부터 강조해온 ‘전사적 디지털 전환’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코드가 ‘디지털’이므로 전사적 차원에서의 변혁이 일어나야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회사의 기틀이 디지털로 변환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한카드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스토리텔링이기도 하다. 

이미 오랫동안 업계 1위를 달려오면서 ‘규모의 1등’의 조건은 충족시켜온 신한카드. 그래서 ‘차별화된 온리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다. ‘전사적 디지털 변환’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은 신한카드만의 숙제는 아닐 것이다. 카드업계가 같은 고민에 빠져 있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래서 임 대표가 내걸 리더십이 궁금해진다. 리딩의 탄력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 둘 모두 CEO의 리더십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