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의 ‘2017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한국 부자는 약 24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한국 부자인구와 자산은 2012년 16만3000명(366조원)에서 2016년 24만2000명(552조원)으로 부자수 및 자산 규모가 매년 평균 10%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 부자들은 자산을 처음 어떻게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자산을 어디에 투자하며, 노후에는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있을까? 본지는 KB경영연구소의 2017 한국부자보고서를 통해 한국 부자들의 자산운용행태 및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을 (1) 부동산 (2) 금융 (3) 자산이전 세가지 영역으로 나눠 분석하고 그들을 통해 일반 가계의 자산증식 및 노후준비를 점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자 절반 이상 1년 전보다 금융자산 증가

지난 1년간 금융자산이 증가한 부자(51.7%)는 감소한 부자(12.0%)보다 39.7%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겠다는 부자도 전체의 48.6%를 차지해 감소시키겠다는 비율(5.2%)보다 43.4%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부자들은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고 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투자와 자산관리 행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한국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현금 및 예적금 비중이 48.9%로 가장 높고 주식(20.4%), 투자∙저축성 보험(13.2%), 펀드(8.4%) 순으로 비중이 작아졌다.

글로벌 부자와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비교해보면 글로벌 고자산가들은 현금 및 예적금 비중이 29%에 불과한 반면 한국 부자는 49%로 높아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 행태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부 금융상품별 비중은 총 자산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총자산이 많을수록 예적금 비중이 감소하는 대신 주식, 펀드 및 채권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예적금과 같은 안전 금융자산에 일정금액을 투자한 후 여유자금으로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금융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펀드투자 ‘브랜드’와 ‘수익률’ 최우선 고려

한국 부자들의 금융상품 보유율은 예적금 89.3%, 주식 74.1%, 투자/저축성보험 71.6%, 펀드 54.9% 순으로 나타났다.

예적금과 보험 이외의 직간접 투자상품은 연령, 거주지역, 총자산 규모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으며 연령별로는 40대 이하 젊은 부유층에서 상대적으로 펀드 보유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 부자들이 지방 부자에 비해 펀드, 주식, 채권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강남 3구의 부자들은 펀드, 주식, 채권, 신탁/ELS 등 모든 투자상품의 보유율이 높게 나타났다.

펀드의 경우 한국 부자들은 국내주식형 펀드 보유율(73.6%)이 가장 높고 해외주식형(47.7%), 국내혼합형(45.0%), 해외 혼합형(23.6%) 순으로 비중이 작아졌다.

펀드상품 투자 시에는 펀드 자산운용사의 브랜드(21.7%)와 펀드 최고수익률(21.7%)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며 직원의 추천(7.5%)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령대에 따라 나이가 적을수록 펀드 최고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자산운용사의 브랜드와 지인, 금융기관 직원 추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에 투자할 의향도 17.0%로 나타났으며, 금융자산이 클수록 사모펀드 투자 의향이 증가해 보유자산이 많을수록 적극적 투자를 통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려는 성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한국 부자의 주식 비중은 2016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반면 펀드 비중은 3.5%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금 및 예적금 비중이 7.2%포인트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금융환경 및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부자의 가장 큰 고민은 '절세와 세금혜택'

투자의사를 결정할 때 한국 부자 5명 중 1명 이상은 ‘절세와 세금 혜택’을 안전성이나 수익성보다 중요하게 고려할 정도로 절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한 현재의 세금 부과율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비중도 57%로 높았으며 세금이 재무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비율도 절반을 차지해 절세 문제는 한국 부자의 큰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보유자 중 세금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8%로 금융자산 30억원 미만 보유자(55%)보다 높아 자산규모가 클수록 세금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부자가 취한 행동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세무사와 상담’(59.0%)이었으며 ‘보험 등 절세 금융상품 가입’(56.0%), ‘주변 지인을 통한 정보획득’(26.0%) 순으로 나타났다.

절세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로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해 절세 니즈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보유자는 세무사와의 상담 비중이 금융자산 5~10억원 보유자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보유 금융자산이 클수록 세무사 및 금융기관 전문가의 활용 비중이 높고 주변 지인 및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획득 비중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금 혜택을 위해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부자의 경우 연금저축/개인형퇴직계좌(IRP)/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소득/세액공제 금융상품’의 이용률이 71.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비과세 상품인 ‘장기저축성보험’(60.6%), 투자수익이 비과세되는 ‘국내 주식/주식형펀드’(31.0%), ‘즉시연금보험’(29.6%) 순으로 가입률이 높았다.

지난해 출시된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 해외펀드)’의 활용 비중은 23.9%로 전년 대비 15.8%포인트 증가한 반면 ISA(개인종 합자산관리계좌)의 비중(9.3%)은 전년 대비 오히려 3.5%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한국 부자 중 해외 직접투자 의향을 가진 비율은 27.4%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부자 중 해외 직접투자 의향자는 35.0%로 5~10억원 보유자보다 14.1%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등 금융자산이 클수록 해외 직접투자 의향이 높아졌으며, 지역적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 부자의 투자 의향(29.9%)이 지방 부자(20.0%)보다 높았다.

해외투자 선호국가로는 ‘베트남’이 25.5%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과 함께 2020년까지 137개 국영기업을 기업공개(IPO) 시장에 내놓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주식시장 부양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국영 유제품 제조회사인 ‘비나밀크(VNM)’의 경우 2006년 상장 후 주가가 무려 80배가 오르기도 했다.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투자 선호비중은 20.9%로 전년 대비 13.8% 선호도가 상승한 반면, 중국은 2015년 선호도(56.6%) 대비 37.1%포인트 낮은 19.1%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경제 성장률 회복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부자들 “금융투자 더 늘리겠다”

한국 부자들의 전체적인 금융자산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금융자산이 증가한 부자의 비율(51.7%)은 감소한 부자의 비율(12.0%)보다 39.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보면 금융자산이 증가한 부자의 비율은 5.1%포인트 상승하고 감소한 부자의 비율은 3.0%포인트 하락해 금융시장 회복세에 따른 투자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겠다’는 부자 비율도(48.6%)도 감소시키겠다는 비율(5.2%)에 비해 43.4%포인트 높아 금융시장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 1년간 50대 이하 부자의 금융자산 증가 비율은 60대 이상 부자에 비해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50대 이하 부자들의 경우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 증가, 펀드 및 주식 투자액 증가, 현금/CMA/MMF 등 단기 대기성 자금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금융자산이 증가한 부자들은 금융자산 증가의 주된 이유를 ‘기존 투자의 수익 증가’ (72.0%)라고 답했으며,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규모 자체를 늘렸기 때문(28.0%)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연령이 낮고 총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투자 규모 자체를 늘린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금융자산이 감소한 부자(전체의 12.0%)들은 27.1%가 투자액을 인위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산이 많을수록 자발적으로 투자 규모를 감소시킨 비율이 높았다.

KB경영연구소는 “자산관리의 대중화와 함께 해외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 부자는 19.0%로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부자들의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이용도는 작년과 비교해 2.5배 증가했으며 점차 투자 운용을 회사에 맡기는 일임형보다 포트폴리오 설계 자문만 받고 본인이 투자 결정을 직접 하는 자문형 서비스가 확대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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