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 13:00 (일)
인간의 생각·믿음 체계에까지 확대된 ‘본다’
인간의 생각·믿음 체계에까지 확대된 ‘본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08.27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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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용은 핀테크·모바일 주도하는 금융혁명 과정

김도진 기업은행장, 비대면 서비스 통해 금융혁신 주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인간은 말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보고 들었다. 유아 시절은 학습되지 않아 보고 들은 대상을 알 수 없었고, 단지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받아 들였을 뿐이다.

성인이 된 뒤 학습을 통해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의 내용을 인지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말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선행되지는 않았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지된 정보를 뇌가 분석한 뒤, 행위를 결정하도록 프로그램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화와 학습을 거치면서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자신이 믿는 것에 바탕을 두고 세상을 이해하게 됐고,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해석했다. 일례로 단테의 <신곡>에 그려진 지옥은 중세 서양의 믿음 체계를 반영한 것이고, 실재한다고 믿기까지 했다. 동양의 불교적 세계관에선 윤회를 믿었으며 그 믿음은 실제 현세를 극복하고 내세를 간절히 기원하는 행위로 연결됐다.

앞서 예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예제였다면 학습의 사례를 살펴보자.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관측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매일 밤 맨눈으로 흠 하나 없는 완벽한 달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관측한 달 표면 스케치는 달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완벽하게 깨줬고, 회화에도 그대로 반영돼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루도비코 치골리가 그린 파올리나 예배당(바티칸 소재)의 성모는 곰보자국 가득한 달의 표면을 밟고 서있게 됐다.  

이처럼 본다는 행위는 시대의 흐름과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큰 변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카메라의 등장은 복제라는 개념까지 발생시키면서 인류의 문화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업의 근간은 신뢰다. 돈을 빌리는 행위와 빌려주는 행위 모두 서로 믿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마교회로 집중되던 각국 화폐의 태환 행위에서 비롯된 금융업이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도 ‘신뢰’라는 질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본다’라는 행위의 연장선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금융업에서의 ‘본다’는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다’라는 행위는 복제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더욱 중요해졌다. 복제를 통한 신용 혼란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업은 보수적일만큼 직접 대면하고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랬던 금융업에서 몇 년 전부터 ‘본다’라는 행위를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통신 기술(핀테크와 모바일)에 의한 확인도 ‘본다’라는 개념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즉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기계가 보고 듣는 시대가 열렸으며, 결국 금융권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최근 ‘착오송금 반환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비대면 혁신을 통해 금융혁신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잘못 받은 송금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서비스다. 은행업무 중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비대면 통장 개설만큼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앞으로 유사한 업무까지도 모두 비대면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러운 것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제도 및 인습의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 제도적 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정성 확보를 무시한 접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체 현상, 그리고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객의 존재 모두 불가피하다.

따라서 기술의 이점을 활용하는 만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노력, 그리고 지체현상이 발생한 고객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적 친절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혁신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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