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술 시장 규모, 국산 및 외산 술 합쳐 연간 10조3천억

전통주는 0.4%로 미미, 젊은 층에 소구력 갖춘 술 절실해

▲ 국내산 식재료로 만들어진 전통주와 탁약주 및 과실주의 홍보를 위해 농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전통주갤러리(강남역 인근 소재). 이 곳은 매월 4~5종의 시음주를 선정해 일반에게 우리술을 홍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대한민국 성인 남녀가 1년에 소비하는 술은 대략 출고금액 기준으로 10조3000억원(2015년 통계)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술, 9조3000억원(출고금액)과 와인 및 위스키 등 외국산 주류의 수입액, 8955억원(7억9200만달러)의 합계액이다. 물로 이 술이 한해에 다 소비된 것은 아니겠지만, 한해에 생산되고 수입되는 것이니 그리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술은 출고돼 일반 소매시장에서 30조원 규모로 유통되므로 올해 국방 예산(40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막대한  돈을 우리는 술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맥주가 막걸리를 추월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은 맥주다. 당연하게도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마신 술은 맥주다. 우리 술 시장의 41.7% 정도를 차지하는 4조3000억원 가량(2015년 출고기준)이 시장에 공급됐다.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술은 서민의 애환과 함께 부침의 역사를 같이 해온 희석식 소주. 전체 주류 시장의 33.5%에 해당하는 3조4500억원 정도가 출고됐다. 맥주와 희석식 소주 두 시장을 합치면 대략 75.2% 정도. 즉 두 종류의 술이 대한민국 술 시장의 대표선수인 셈이다.

▲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거나 식품명인이 빚은 전통주와 탁약주 등 8종의 국내산 술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0%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사진은 함양과 논산지역의 전통주 및 탁주의 모습.

그렇다면 ‘응답하라 우리술’ 시리즈에서 주로 소개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또는 식품명인 등이 국내 농산물로 만든 민속주와 농민 또는 농업경영체가 지역 농산물로 빚은 지역특산주 등을 통칭해 법률상 ‘전통주’라 불리는 술은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졸고를 통해 술의 존재를 확인한 독자들이 많았을테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짐작이 거의 맞을 것이다. 전체 술 시장의 0.4% 정도에 지나지 않는 409억 원. 이것이 우리 전통주의 존재감이다. 

일제의 주세령과 주세법이 내려진지 100년, 그리고 양곡관리법에 의해 쌀로 술을 빚을 수 없었던 30년의 시간 동안 집안의 며느리를 통해 연연히 내려왔던 우리 전통주가 사라졌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통계에는 한류와 웰빙 트렌드로 10여 년 전 반짝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전통 누룩이 아닌 일본식 입국을 사용하는 막걸리는 주세법 상 전통주가 아닌 ‘전통주 등’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범주에 속한 술은 막걸리와 약주, 그리고 증류소주 등 총 8종이며, 이 술의 시장 점유율은 10%(1조200억원)이다. 그나마 우리 술의 체면을 유지시켜 주는 수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2009년 선풍을 일으켰던 막걸리는 이후 추세가 꺾여 4700억원의 규모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0.4%의 미약한 존재감이긴 하지만, 2013년 48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통주도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40대 이상의 노장년층을 주 고객으로 고군분투하는 대도시 막걸리(서울 장수, 부산 생탁, 대구 불로주, 인천 소성주 등)들이 10%의 체면을 유지시켜줄 뿐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식품명인 및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는 홍보 부족으로 인한 존재감 부재, 그리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낮은 가격의 소주와 막걸리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쉽게 시장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년전부터 불고 있는 ‘만원에 4캔’ 수입맥주 바람은 올 상반기 들어 외산 주류 수입 통계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제치고 맥주를 1위로 등극시켰으며, 대기업의 천편일률적인 맥주 맛에 실망한 젊은이들은 수제맥주에서 자신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어 관련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전통주 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0.4%의 전통주, 그리고 탁약주 등을 포함해 10%의 우리 술들은 시장을 더 상실할 것이다. 젊은 층에게 소구력을 갖출 수 있는 술을 만들려는 업계의 노력과 영세한 전통주 업계의 부족한 능력을 보충시킬 정부의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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