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5000명 정규직 전환논의 3달째 감감무소식

지역농협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 요구까지 빗발쳐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농협중앙회의 ‘비정규직 제로’ 전략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기존에 추진 중인 소속 계열사 비정규직 5200여명의 정규직 전환도 지지부진한데다가, 지역농협 소속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요구도 빗발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부터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5200여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 왔다. 

농협 관계자는 “지속 성장 가능한 농업과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정규직화가 추진됐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동감하며 비정규직 감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규직화 추진 3개월여가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일단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총 직원수 3만5289명의 14.9%에 달하는 많은 대상 인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다 보니 예산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이 없으려면 대부분의 비정규직 직원이 포함된 정규직 전환이 추진돼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예산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수익에 따른 명칭사용료를 지역 농축협과 조합원 사업에 지원하는데, 계열사들이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 명칭사용료로 인한 사업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더불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신규 채용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농협중앙회 입장에서는 향후 일자리 창출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각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요구가 있고, 정부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도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을 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제외된 파견업체 비정규직과 지역 농축품목조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도 일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농협 내 계열사 및 손자회사 지역 농축협의 청원경찰, 청소원, 검단직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동기획 소속 노동자들이 이번 정규직화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협동기획은 2016년 기준 보안파견, 매장관리, 시설관리, 금융업무지원 등으로 파견하는 5070명의 파견 노동자가 소속돼 있다. 

또 노조는 농협중앙회에서 출자한 지역 농축품목조합 1만871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말 하나로마트에서 물건을 팔고 금융창구에서 고객들의 계좌이체를 돕는 등 정규직과 업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어떤 입장도 없이 오히려 규정개정을 통해 근무일수를 조정하고 시급을 올려 최저임금 위반을 면하려는 꼼수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을 막는 대기발령 조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중앙회 계열사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와 파견 전문업체 협동기획 비정규직 문제, 지역 농축품목조합 비정규직원에 대한 권리신장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오는 9월 중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과 이 같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면담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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