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대상 퇴직연금·단체보험 영업 집중
업계 “매각 앞둔 조직 슬림화 과정” 예상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현대라이프생명이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을 대상으로 한 법인영업에 총력할 계획이다. 지속되는 적자와 재무건전성 악화를 벗어나지 못한데 따른 결정이다.

업계는 개인영업채널을 정리하는 과정이 사실상 생명보험업 라이센스만 남겨둔 채 모든 조직을 슬림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보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채널인 개인영업 조직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전속설계사채널에서는 전체 75개 점포를 30개로 축소했다.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과의 판매 제휴도 중단했다. GA를 통한 상품 판매 재개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라이프의 개인영업조직 축소 결정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진행됐다. GA와 판매제휴를 중단한 것도 GA를 대상으로 한 생명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이 과도한 비용을 불러일으킨데 따른 결정이었다.

앞으로 현대라이프는 법인영업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사실상 개인영업은 포기한 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및 단체보험 사업에만 집중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라이프의 전체 퇴직연금 누적적립금은 1조1844억원으로 이 중 계열사 적립금만 98%(1조1645억원)에 달할 정도로 이미 현대라이프는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다.

현대라이프와 퇴직연금 계약을 맺는 현대차그룹 내 비금융계열사는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14개사와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투자증권 4개사 등이 있다.

매해 단체보험 형식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연금보험 및 연금저축보험)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현대라이프의 주요 법인영업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아차는 193억원 규모의 단체 개인연금을 현대라이프에 가입했는데 이를 위해 기아차가 직원에게 지원한 금액만 52억원이다. 즉 기아차가 개인연금의 4분의 1가량을 지원해주고 현대라이프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계열사의 보험 가입을 밀어준 셈이다.

계열사 대상 영업에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업무도 포함된다. 현재 현대라이프는 자사 기계약자 및 현대라이프가 선정한 기업체의 임직원들에게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녹십자생명에서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해인 지난 2011년 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신용대출 규모는 7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12년 말 206억원, 2013년 말 994억원, 2014년 말 2301억원, 2015년 말 3656억원, 2016년 말에는 5088억원까지 급격하게 불어났는데 이는 계열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과 함께 부동산담보대출도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 2011년 말 기준 85억원에 불과하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875억원까지 치솟았다.

현대라이프가 현대차그룹 중심의 법인영업에 집중하게 된 배경은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다.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5년간 현대라이프에 지속된 누적 적자는 약 22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는데 사용한 비용만 2300억원이란 점을 미뤄볼 때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더 이상 자금투입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같은 기간 후순위채 발행 및 대만 푸본생명의 자본수혈 등 현대라이프에 투입된 금액은 5000억원을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 보험사의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 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간신히 금융감독원의 권고치(150%)를 맞췄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차그룹이 생명보험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예상도 흘러나온다. 개인영업 채널을 정리하는 과정이 보험사업의 영속성보다는 매각에 무게를 둔 결정이란 해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영업에서의 계속적인 보험료수입 없이 계열사 계약만 받겠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의 보험영업은 아니다”라며 “생명보험업 라이센스만 남겨두고 조직 전체를 슬림화하겠다는 전략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라이프는 영업채널 정비와 함께 희망퇴직 시기 및 인원을 조율 중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556명으로 지난 2015년 있었던 희망퇴직에서는 50여명이 회사를 나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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