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에 위탁…고객이탈 및 인증∙보안 우려
독자서비스, 고객 접근성 낮고 기술력 한계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챗봇, 가상비서, 소셜로봇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금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민감한 금융정보를 다루는 금융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독자적으로 AI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지만 고객 접근성과 첨단기술의 한계를 넘어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결제원 김서영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반 금융권 활용사례 보고서를 통해 챗봇, 가상비서, 소셜로봇이 금융권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챗봇’은 이용자와 텍스트 대화를 통해 질문에 맞는 답이나 각종 연관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도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권에서 내년 초 고객응대 분야에 챗봇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발 및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텍스트 기반 상호작용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챗봇 서비스를 수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챗봇을 카카오톡과 같은 범용메신저로 제공해야 할지, 각 은행의 모바일뱅킹 및 메신저, SMS를 통해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의 범용메신저는 고객 접근성이 높은 대신 고객인증방법, 보안정책, 제3자 기관으로 고객접점이 이동하는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모바일뱅킹이나 은행별 메신저는 기존의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인증·보안 관련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반면 고객 접근성이 낮아 서비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SMS도 접근성이 높고 고객접점 관련 이슈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SMS 발송비용과 응답을 시각적으로 구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가상비서’는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등을 통해 이용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이용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지시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앱이다.

단 현재의 가상비서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제공 범위가 모바일뱅킹 내에서만 한정되어 있으며 정보검색을 비롯한 범용적 기능을 지원하지 못해 음성인식 기반 뱅킹서비스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가상비서 서비스를 통해 뱅킹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모바일 뱅킹 내에 가상비서를 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가상비서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와 대형 IT사업자 중심의 생태계를 고려할 때 금융권의 대응방향을 짐작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비서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비밀번호 입력, 결과응답 등 여러 단계에서 타인에 대한 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금융거래의 경우 실질적으로 음성보다 시각적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 편리하다.

또 챗봇과 마찬가지로 IT사업자의 기존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지 자체 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가상비서의 경우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해 온 IT사업자가 인공지능 및 음향 등 기술력에서 앞서 있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제3자 기관을 통해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따른 여러 리스크와 고객접점 이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셜로봇’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이다. 기존의 로봇이 단순히 사람이 수행하기 물리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거나 돕는 역할에 한정됐다면 소셜로봇은 사람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작동한다.

현재 소셜로봇 시장은 초기개발 단계로 몇 개의 모델만 상용화되어 있고 대부분 서비스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소셜로봇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업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지난 2012년 프랑스의 로봇 전문기업(Aldebaran Robotics)를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소셜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서영 연구원은 “앞으로 금융권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챗봇, 가상비서, 소셜로봇 등을 고객응대는 물론 각종 뱅킹 서비스나 상거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어디까지 확장시켜야 할지 또 독자적 서비스를 할지 IT사업자의 플랫폼으로 통합할지 등 다양한 선택의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