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 개척자로 신탁 저변 확대에 기여

다양한 상품 라인업 구축 고객 만족도 제고

하나은행 신탁부 하나 리빙 트러스트센터 배정식 센터장.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KEB하나은행은 불모지였던 국내 상속·후견신탁시장에서 기초를 닦고 저변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2010년 국내 첫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고 치매안심신탁, 가족배려신탁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속·후견신탁 대중화 전략도 실시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증권사도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에서 하나은행이 상속·후견신탁 파이어니어(pioneer)로 위치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다. 

하나은행 신탁부 하나 리빙 트러스트센터 배정식 센터장은 “신탁법 개정 전인 지난 2010년 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한 이후 상속·후견신탁 전략이 본격 추진돼 왔다”며 “초기 시장 기반 확대를 위해 전국을 돌며 상담을 진행했으며, 고객 관심을 끌어 내기 위해 부서 차원에서 절치부심했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 진입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던 해인 지난 2010년 KEB하나은행 신탁부의 연간 관련 상품 상담 횟수는 60회 정도에 불과했고 단기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케팅을 진행했고 현재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배정식 센터장은 “수년에 걸친 홍보와 상담 등의 노력 끝에 사회복지, 시니어 마케팅, 은퇴설계 등 고령층 신탁 관련 분야 기관 담당자들의 인식 폭이 확대됐다”며 “또한 고객들의 상속·후견신탁에 대한 이해도가 확대되면서 올해 들어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속·후견신탁 관련 상담 횟수는 증가세다. 상속·후견신탁 상담수는 지난 2010년 60회에서, 2015년 225회를 기록했다. 올해는 약 300회 이상의 상담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적도 오름세를 보인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상속·후견신탁 계약금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계약건수는 100여건을 돌파했고, 지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정식 센터장은 “사업 시작 초기 연간 4건의 계약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라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신탁시장에 대한 관심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후견신탁에 대한 고객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지난 2010년 상품 출시 이후 고객이 직접 계약을 철회한 건수는 1회에 불과했다. 

배 센터장은 “신탁 계약은 상담 이후 최소 한달에서 최장 3년까지도 진행되고 있다”며 “밀도 높은 상담을 진행하고 고객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객 관심도 증대로 KEB하나은행은 기존 신탁부 내에 하나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설립하고 인원을 충원했다. 지난 1월 1명, 지난 8월 3명 등 전문인력을 충원해 현재 10명의 인원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법무사 및 세무사 등 전문인력 충원도 염두하고 있다. 

상속·후견신탁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믿음도 확고해 보인다. 

배 센터장은 “고령화 시대, 거래은행의 선택 기준이 차별화된 평생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금융기관 존속의 도구 중 하나가 신탁이 돼야 한다는 은행 경영진과 실무진의 비전 인식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나은행은 상속·후견신탁에서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배 센터장은 “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상속과 후견 준비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은행 차원의 상담 장벽을 지속해서 낮추고 고객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치매안심신탁의 경우 일부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당국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재정 부담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출생아 지원 신탁이나 양육 지원 신탁 등에 세제혜택을 부여해 출시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면 젋은 세대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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