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섭 백련생 금정산성 설성만월 등 전국 18종 막걸리 등장

배부르고, 값싸고, 2차 없고, 게다가 쌀 소비 촉진까지 일석이조 

▲ 우리술 막걸리는 물과 쌀, 그리고 누룩으로 빚어진다. 사진은 이낙연 총리가 정의당 국회의원단과의 만찬에서 마신 술은 부산 금정산성막걸리의 재료로 들어간 누룩.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역사상 가장 막걸리를 많이 소모하는 총리공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팔도 막걸리는 다 준비하겠다” 총리로 취임한 뒤 지난 6월 1일 정의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낙연 총리가 건넨 말이다. 

“총리가 되면 앞으로 함께 막걸리 마실 분들이 너무 많아져 걱정인데 체력이 받쳐주는 한 저수지 몇 개 정도는 마셔야죠” 이 총리가 지난 5월 총리 지명 다음날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그리고 시판되는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가 6%의 저도주라 할지라도 저수지 몇 개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총리로서의 역할, 그리고 정무적 활동을 펼침에 있어 거침없는 소통행보를 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히기 위한 은유일게다. 어찌됐든 이 총리의 말대로 총리 주재의 공관 만찬장에서 막걸리의 향은 더욱 진해지고 있다. 또한 소통 행보가 더해갈수록 등장하는 막걸리 지역도 다채로워져 조만간 팔도를 다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쯤이면 ‘막걸리 총리’라는 이름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 총리의 소통행보는 등장하는 막걸리의 생산지역과 정확히 일치하며 확장되고 있다. 현재까지 총리실에서 전국의 술도가로 주문해 공식만찬 및 비공식 행사에 사용한 막걸리는 모두 18종. 총리비서실 의전 쪽에서 주빈의 연고지역을 파악해 그 지역 막걸리를 주문하면서 그 가짓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연고지역을 고려해 부산금정산성막걸리가 만찬주로도 등장한 정의당 의원단 만찬, 정부출범 100일 기념해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가진 만찬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고향인 장흥의 안양주조장에서 빚는 동동주가 올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취임 초인 지난 6월 세종시 지역인사들과의 만찬에서는 복숭아가 유명한 지역인 조치원을 끼고 있는 만큼 세종시에서 나는 복사꽃생막걸리가 만찬주로 올랐다. 

이 총리의 막걸리 행보에서 가장 기자들에게 많이 오르내린 막걸리는 조선 3대명주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죽력고를 빚는 송명섭 명인의 술이다. 취임 초인 지난 6월 총리실 기자단(서울) 만찬장에 송 명인이 빚는 ‘송명섭막걸리’가 올랐는데, 이 술은 막걸리 주당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술인데다가, 그가 빚는 죽력고까지 화제가 돼 송 명인이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기까지 했다. 이어 가진 세종시 총리실 기자단 만찬에는 당진 신평양조장에서 빚는 ‘백련생막걸리’가 올랐는데, 이 술은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도 사용된 적이 있는 술이다.

 

이밖에도 이낙연 총리는 비공식만찬 등 다양한 행사에서 ‘설성만월막걸리(강진), 무등산막걸리(광주), 원막걸리(대전), 비아막걸리(광주), 일동 1932(포천), 사미인주(장성), 대마할머니막걸리(영광), 초가철원막걸리(철원), 천둥소리산양산삼막걸리(완주), 해창막걸리(해남), 청주생막걸리(청주), 장수막걸리(서울)’ 등을 행사주로 사용했다.

이처럼 다양한 막걸리를 섭렵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의 막걸리 사랑은 지사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당시에도 소통을 위해 지역 정치인 및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에서 막걸리를 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사 시절 주로 즐긴 막걸리는 영암 삼호주조장에서 빚는 도갓집생막걸리와 무안 일로막걸리, 그리고 순희, 나우누리, 햅찹쌀이 하늘수, 여수생막걸리, 고흥풍양유자막걸리 등이며 상황에 맞춰 술을 내 소통에 나섰다고 한다.

70년대 전체 주류소비의 70%에 달했던 막걸리가 지금은 맥주와 소주의 힘에 밀려 4.7%의 소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총리의 행보 속에서 접하게 되는 막걸리 뉴스는 그 어느 총리 때보다 광폭이라는 점에서 막걸리 업계가 조금은 고무될 듯싶다.

이 총리가 막걸리를 마시는 이유는 배가 불러 안주를 많이 먹지 않아도 되고, 원샷으로 마시지 않고 천천히 나눠 마실 수 있고, 마주 앉은 사람들과 막걸리 주거니 받거니 하듯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머니가 가벼워도 배불리 마실 수 있는데다, 그러다보니 2차를 부르지 않는 술이어서 다음날 일에도 영향을 덜 준다는 것이 이 총리의 막걸리 예찬론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지역에서 소비되는 로컬푸드이며 슬로우푸드라는 점이다. 줄고 있는 쌀소비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 총리의 건배 제안과 함께 막걸리가 더 사랑받는 술로 자리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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