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손해보험협회장이 먼저 정해질리 있나요”

지난 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보험업계에서 당연하다는 듯 나돌던 말이다. 민간 보험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장을 뽑는 자리에 정부 및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한다. 왜일까.

현 손보협회장인 장남식 회장의 임기는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적어도 손보협회가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면 회추위 구성은 늦어도 회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결국 다음달 중순에나 차기 협회장이 결정되게 됐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지난 2014년 장 회장이 52대 손보협회장으로 임명되던 때다. 무려 11개월째 협회장 공석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당시 후임 인선이 늦어졌던 이유는 정부로부터의 눈치 때문이었다. 지난 1974년 상근회장직을 도입한 이후 협회장 자리는 줄곧 관(官) 출신이 차지해왔다. 협회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듣고자 무려 1년여를 기다려왔던 셈이다.

이번엔 따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일까. 협회장 선출에 하마평만 무성하다. ‘낙하산’, ‘관치’에 대한 거부감이 수그러들자 이제는 관(官)이냐 민(民) 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마치 관의 개입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갑작스레 회추위가 구성된 배경도 결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종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요약하자면 눈치 보지 말고 알아서 정할 것. 여기에 협회가 움직인 것으로 보여 진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회장선출 기간의 공백만 줄었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차라리 지난번이 나았다면 선출 기준이라도 있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여론이 강해지면서 12년 만에 민간보험사의 CEO 출신인 장 회장이 선출될 수 있었다.

협회가 협회장 인선을 놓고 눈치만 보던 사이 손보업계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무게를 둔 정부 정책에 손보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추진되던 헬스케어산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할 손보협회의 수장 선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금도 관치에 속박된 협회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세월호를 겪으며 협회는 다시금 민간 협회장 시대를 열었지만 이번 인선과정을 살펴보면 과거로의 회귀다.

다만 이제라도 회추위가 구성돼 본격적인 협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했음은 다행인 일이다. 이제는 정부의 입김에 협회장 선출을 미루다 ‘골든타임’마저 놓치는 상황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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