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출신’에 업계…감독·제재 강도 완화 기대감
금감원…감독기구 개편 등 입지축소·내부쇄신 우려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을 두고 업계와 금감원 내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진웅섭 금감원장 후임으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사상 첫 민간출신 원장이다.

최 내정자는 1952년생으로 경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 경영학 석사, 프랑스 릴대학교와 파리도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장, 한국파생상품학회장, 연세대 경영대 교수 등에 재직했으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문위원, 하나금융연구소장,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거쳐 금융권에 대한 폭넓은 전문지식과 실무경험 등을 두루 갖춘 금융전문가로 평가된다.

관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에 금융권 전반의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의 애로사항이나 실무적 입장에서의 고충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감독이나 제재의 강화보다는 완화적인 측면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필드(금융권 실무업무)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본래의 규정보다 더 엄하게 건전성을 평가하고 해석하는데 따른 불만들이 일부 있어왔다”며 “직·간접적으로 금융권 전반의 업무를 경험해 보고 연구원 등에서 업계의 애로점 등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기존의 감독정책과는 다른 부분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 금융제도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만큼 국내외 금융규제 차이에 따른 금융사들의 애로점이나 규제완화 요구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도 기대되는 점이다.

반면, 내부 쇄신의 필요성과 감독기구 개편 이슈 등 입지축소가 우려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민’ 출신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최흥식 내정자에 대한 불편함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는 “최 내정자 임명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금융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를 견제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금융위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은행이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청와대가 강조하는 금융권 적폐청산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대비 금감원의 위상이나 감독권한이 축소된 상황에서 보다 ‘강한’ 금감원장 인선을 통해 채용비리 등 어수선한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금융위와의 통합 압력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기 위한 복안이 깔려있다. 앞서 노조가 비금융원 인사임에도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인선을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갈등이나 의견이 엇갈릴 경우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당국 간의 불협화음이 없는 쪽이 금융회사들에게는 걱정을 덜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노조의 반대 등 ‘민’ 출신 내정자를 금감원 내부 직원들이 잘 따라줄지 여부는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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