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파 독일 스타일에 홉 향과 풍미 강조한 에일까지 생산 

맛·기술력 인정받으며 급성장, 올해 브루어리 2배 확장 계획

▲ 안산에 자리한 크레머리 브루어리의 양조장 내부 발효조 모습. 양조를 책임을 지고 있는 이원기 대표(왼쪽)와 펠릭스 크레머 대표(오른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젊음의 꿈은 한계가 없다. 특히 돌파구를 찾아 자신의 꿈을 좇는 청춘은 거침없이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그래서 그들에겐 지역도 국적도 의미가 없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하는 ‘자신의 지복(至福)’을 찾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흔들림 없이 즐기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수제맥주에 뛰어든 젊은 세대가 바로 그렇다. 새롭게 형성된 이 시장을 취재할 때마다 양조장의 경영을 맡았든, 맥주 양조를 책임지든 이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미비한 법과 제도, 혹은 업계의 관행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에서도 얼굴을 찌푸리기보다는 잠시 자신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돌부리 하나 정도로 치부하며 털어버리듯 말을 건넨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이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그래서 미소를 잃지 않고 인터뷰에 응하는 크래프트 맥주업계의 신예들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유쾌한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즈음해서 시작된 국내 크래프트 맥주업체들을 흔히 1세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시장에 진입한 신예 업체들은 2세대로 구분한다. 업계의 1세대들이 추구한 맥주는 ‘필바둥(필스너, 바이젠, 둔켈)’. 세계맥주의 에일 트렌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던 만큼 수천 개에 달하는 맥주 브랜드를 가진 독일의 술들은 당연히 맥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10년 전후해서 미국의 수제맥주 붐이 불면서 개성 강한 풍미와 향을 중요시하는 에일 계열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국내 2세대 브루어리들도 이 경향성을 강하게 좇아간다. 그런데도 기본에 충실한 맥주를 고집하며 독일맥주를 먼저 시장에 출시한 별종 같은 2세대 브루어리가 있다. 그것도 돈(자본)은 없지만 맛과 기술력으로 인정받겠다며, 미소를 잃지 않고 양조에 집중하는 30대 세 사람이 모인 곳이다. 

IPA(인디아 페일에일)처럼 강한 홉의 향이나 쓴맛이 없어 고답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독일 맥주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는 안산의 크레머리 브루어리가 바로 그곳이다. 이 양조장은 지난 2010년 독일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도원결의에서 비롯된다. 독일 뮌헨에 양조를 배우로 간 이원기 대표(38), 어학연수를 겸해 독일문화와 금융을 공부하러 갔던 이지공 대표(37), 그리고 양조를 배운 뒤 브루어리와 브루펍 등에서 실전을 쌓았던 펠릭스 크레머 리콜라우스 2세(36). 수제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세 사람의 이름을 모아 지은 브루어리의 이름은 크레머리이다. 펠릭스의 중간이름과 두 한국인 동업자의 성을 합성시킨 것이다.

먼저 귀국해 무역회사를 다닌 이지공 대표가 양조관련 설비는 물론 몰트 등의 재료 수입선 등을 준비했고, 주세법 개정이 이뤄진 해 귀국한 이원기 대표와 펠릭스 두 사람이 결합하면서 양조장 건설에 들어가 2015년 2월에 문을 연 이 브루어리는 이미 맛으로 주한독일대사관 직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사관의 여름파티에 초청된 유일한 국내맥주가 됐기 때문이다. 

▲ 합정동 한가한 주택가에 자리한 크레머리 브루어리의 펍룸에서 이지공 대표가 맥주를 따르고 있다. 처음 입주할 때만해도 한가한 거리가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뿐이 아니다. 이지공 대표에 따르면 “TV 미식프로그램에서 맥주안주와 함께 소개되면서 입소문까지 나 다이닝룸 및 맥주 펍에서의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한다.

또 이 대표는 “안산의 브루어리의 시설은 60평 크기에 1만2리터 규모의 발효조와 저장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미 생산능력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올 해 120~150평 규모의 브루어리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현재 크레머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필스너, 바이스, 바이젠복 등의 독일식 맥주와 페일에일과 크레머리 IPA 등 요즘 트렌드가 반영된 스타일들이다. 이 술중 밀몰트를 쓰는 바이스와 홉의 향과 풍미를 살리면서 쓴맛을 줄인 크레머리IPA는 수제맥주 펍을 찾는 여성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라고 한다. 이와 함께 홉향을 늘린 라거 맥주는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한편 크레머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쇼룸 성격으로 합정동에 마련한 직영펍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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