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자마진 악화로 판매관리비 절감 요구돼

적자영업점 통폐합 등 영업망 구조조정 실시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시중은행이 점포 구조조정을 실시해오는 동안 점포당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점포 통폐합 등 수익을 중요시한 영업망 다이어트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주요은행 6곳의 2016년 말 기준 국내 영업점(출장소 제외) 수는 4144개로 2009년 말 대비 488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2009년 1198개에서 2016년 1128개로,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926개에서 872개로 감소했다. SC제일은행은 137개 줄어든 254개, 한국씨티은행은 93개가 감소한 133개를 기록했다.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은행을 찾지 않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다가, 수익성이 악화된 점포를 통폐합해 인건비 등 판관비를 절감할 수 있어 점포를 지속해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점포가 줄고 있는 동안 점포당 생산성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은 2009년 점포 한곳당 1540억원이었던 예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2514억원으로 늘었다. 7년 사이 163%가 증가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점포 한곳당 대출금도 2009년 1572억원에서 2016년 2055억원으로 131%가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2009년 점포 한곳당 1613억원이었던 예수금이 7년 사이 173% 증가한 2782억원을 기록했고, 대출금은 같은 기간 1520억원에서 2348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점포 한곳당 예수금이 2009년 1322억원에서 2016년 2300억원으로 늘었고, 대출금은 같은 기간 152% 증가한 16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은행권의 점포수 축소와 점포 한곳당 생산성 증가는 업무 환경변화에 원인이 있다.

과거 은행들은 점포 확대를 통해 지역 밀착형 점주권 고객을 확보하고 예금 및 대출 증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및 모바일 거래의 발달로 점주권 거래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권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고객에게 금융업무 기반을 제공하기보다는 단지 실적경쟁으로 줄을 세워 부진한 점포 인력을 교체하고, 인근 점포와 병합 및 폐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단기 성과 달성을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가 강조되면서 2008년 이후 시중은행 점포수는 꾸준히 축소돼 왔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순이자마진이 갈수록 줄고 있고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판매관리비를 절감해 수익을 얻는 전략이 힘을 얻어 점포 축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은행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고, 리스크관리를 통한 충당금 부분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점포수 축소를 통해 판매관리비 감축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지속적인 증가와 예대마진 관리로 은행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적자점포를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점포 한곳당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거래 증가로 점포수를 축소하는 전략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점포 축소는 판매관리비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더 목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수익성을 중시하는 은행 경영진이 단기적으로 흑자점포를 포함한 대량의 점포수 감축을 단행할 때 비대면 거래 증가를 이유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한 대규모 점포 감소는 은행 직원의 고용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의 지나친 수익성 추구를 위한 명분 없는 점포폐쇄를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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