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멀티에셋전략 오온수 팀장

▲ KB증권 멀티에셋전략 오온수 팀장

“지금 들어가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요즘 투자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무엇보다 KOSPI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고 기간조정을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에 대한 판단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년 연말에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주가지수가 마치 철옹성 같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도 투자자들은 ‘지금 진입하는 것이 맞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다. 필자의 대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주식에 대해서는 하반기에도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피터린치의 마젤란 펀드를 떠올려보자. 피터린치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운용했던 마젤란 펀드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안타까운 점은 실제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계좌 성과는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절반 가까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적인 펀드에 가입하고도 성과가 좋지 못했던 이유는 투자자들의 잦은 매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펀드 수익률에 기여하는 상승구간은 길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 잦은 매매를 하다 보면 상승 구간을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KOSPI를 대상으로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수익률(배당제외)은 129.2%였다. 그렇지만 기간별로 끊어보면 수익을 향유했던 기간은 앞서 언급했듯 특정 기간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이후 약 17년(918주) 동안 주간 기준 5% 이상 상승했던 기간은 45주로 전체의 4.9%에 불과했다. 3% 이상으로 조건을 완화하더라도 그 기간은 전체의 13.4%에 그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간에 따라 승률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증시가 강세장을 보이는 구간에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강세구간에서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마젤란 펀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상승장에서 수익기회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강세장의 연장 구간에서는 하루하루의 시장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즉 시장이 흔들릴수록 냉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에너지가 강한 모습이다. 유동성은 뚜렷한 위험자산 선호를 보이는 가운데 기술주는 반등했고, 뉴욕증시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시장의 색깔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유독 컸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국내적인 요인에 기인했다. KOSPI는 월봉 기준으로 지난 7월까지 무려 8개월간의 상승 랠리를 보였다. 그동안 피로감이 누적됐고, 원화의 추가 절상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차익매물이 출회됐다.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과는 상관없는 단기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차익실현 과정으로 이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초 이후 상승폭이 컸던 국가들(그리스 등)이 공통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슈들이 몇 가지 더해졌다. 법인세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을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내비치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됐다. 이래저래 증시가 쉬어갈 빌미가 됐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단기적으로 변동성 구간을 지나고 있다. 그렇지만 흔들릴 필요가 없으며,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축적할 시기라고 본다. 2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했듯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의 확장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기 모멘텀은 빠르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KOSPI지수가 이격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피터린치가 주장했던 것처럼 ‘시간을 보유’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지금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 하는 경우라면 국내 대형주에 투자되는 펀드(ETF 포함)를 편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증시가 박스권을 탈출하는 레벨업 구간에서 소외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도업종을 너무 빨리 팔았거나 아니면 아예 포지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시장을 빠르게 추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전체 시장을 일정 부분 담고 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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