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건강·통합·연금·생활비 등 다양한 기능 병기
사망보다 생존에 충실, 수익 확보 위한 ‘궁여지책’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무배당’ ‘변액’ ‘유니버셜’ ‘통합’ ‘건강’ ‘CI’ ‘연금’ ‘생활비’

생명보험사의 대표 수익 상품인 종신보험의 명칭이 길어지는 추세다.

유병장수 시대가 다가올수록 사망에 따른 유족의 경제적 위험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매력이 떨어지는데 대한 보험사들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상품 하나에 8단어…‘복잡해진’ 종신보험

ABL생명이 지난 18일 출시한 ‘(무)더나은변액유니버셜통합건강종신보험’은 상품명을 단어별로 쪼개보면 종신보험이란 상품을 표현하는데 총 8단어가 사용됐다.

이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8에서 정하는 보험 상품 심사기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 세칙에서는 보험 상품 특징 및 보장내용에 부합하는 명칭을 보험상품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ABL생명은 상품의 특징을 명확하게 하고자 매우 긴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종신보험만 봐도 이름이 길어지는 추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보생명 ‘교보GI변액종신보험’, 한화생명 ‘생활비받는스마트변액통합종신보험’. ING생명 ‘생활비챙겨주는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KB생명 ‘KB평생보증+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등이 한 예다.

요즘 유행은 ‘변액·GI·생활비’

이렇듯 종신보험의 명칭이 길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망보험금 지급 위주의 전통형 종신보험이 더 이상 보험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나온 궁여지책이 상품 이름에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GI’는 CI(중대한 질병·Critical Illness)보험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CI보험은 사망 직전의 중대 질병이 발생한 보험계약자들에게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변형 종신보험 상품이다.

GI는 CI에서 보험금을 선지급 받을 수 있는 질병의 범위를 넓혔다. 더 많은 질병 위험을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에서 당겨 받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인 셈이다. 종신보험보다는 질병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으로 보는 측면이 크다.

‘생활비’나 ‘연금’이 포함된 종신보험은 약속했던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조금씩 해지, 이때 발생하는 환급금을 조금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망보험금을 대신해 생활비나 연금으로 매달 받는 방식이다.

이렇듯 사망보험금을 토대로 질병이나 생활비 등을 지급받는 기능을 넣다보니 추가된 기능이 ‘변액’과 ‘유니버셜’이다. 변액보험은 투자수익에 따라 향후 받아갈 수 있는 보험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니버셜의 대표적인 기능은 추가납입인데 사망보험금과 관계없이 환급금의 크기만 키운다.

특히 추가납입의 경우 상품마다 납입한 보험료의 2배까지 낼 수 있는데 20~40만원에 달하는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한 번 더 납입하도록 만드는 기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납입에도 사업비가 떼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 입장에서 이득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이름이 길다고 좋은 상품일까

업계는 최근 출시되는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이 변액보험의 주목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사망보험금 가치 보전보다 투자수익을 통한 생활비 증가 등 ‘잿밥’에만 충실한 기능이라 지적한다. 종신보험을 원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생활비(연금) 기능이 포함된 상품은 정해진 기간 동안 사망을 보장하는 ‘정기보험’과 노후에 연금 수령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연금보험’을 합친 개념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연금형 종신보험이 ‘정기+연금’보험 가입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GI·CI보험 등도 결국 종신보험의 일종일 뿐 생존 리스크만을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다. 일반적인 질병보험 대비 보험사가 보험료에서 떼 가는 사업비 비중도 높고 판매수수료도 크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판매 시 설계사가 받는 수당은 월납초회보험료의 2000%를 넘는다. 월 보험료 20만원의 종신보험을 팔면 400만원의 수당이 떨어진단 뜻”이라며 “종신보험은 보험사가 떼어가는 사업비도 매우 높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생존 리스크를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에 녹여서 판매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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