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임대시장이 점차 고령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세비중이 축소되고 월세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 주택임대정책 방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월세비중 확대는 사회구조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어 고령사회에 들어서며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갖춘 주택을 다양한 수준의 보증금액에 월세로 공급하는 보증부월세 시장이 형성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낮은 금리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가속화  

임대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지난 2014년 55.0%를 기록하며 전세비중(45%)을 이미 넘어섰고 2016년에는 5.5% 확대된 60.5%를 기록했다.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매월 월세를 내는 보증부월세가 확대되며 2016년 기준으로 보증부월세가 전체 월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6%, 전체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8%를 차지했다.

임대시장에서 보증부월세가 확대되는 이유는 낮은 시중금리가 주요 요인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 낮은 시중금리(2~3%)는 전세보증금을 더욱 높이거나 보증금의 일부를 전·월세전환율(6~7%)이 적용되는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중금리가 현재와 같이 저금리 기조로 유지된다면 임대인이 전세공급을 축소하고 월세공급을 확대하려는 유인은 지속될 것이다.

전세공급이 축소되고 월세공급이 확대되는 현상은 재계약 시점에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로 전환된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계약 시점에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로 전환된 아파트의 평균 보증금액은 1억8000만원으로 이전 계약인 1억9000만원에 비해 약 1000만원 하락했고 월세는 평균 27만원(연 324만원) 상승했다. 월세 27만원 상승은 현재의 이자율을 고려할 때 전세가격이 약 1억원 상승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반면 재계약 시점에 전세가 그대로 유지된 경우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7000만억원에서 2억원으로 3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보증부월세로 전환해 재계약하는 것이 전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고령자∙청년, 소득의 30% 이상 월세로 지출

임차인이 전세로 계약했던 집을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데 동의하는 이유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와 전세가격 상승 추세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선택의 옵션과 함께 상대적으로 강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임차인은 추가적인 목돈마련에 대한 부담과 신용제약, 전세부족 등으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

실제 경기개발연구원의 주거의식 설문조사에서 상당수의 임차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로 ‘목돈마련 부담이 적어서(39.2%)’, ‘전셋집 부족(23.3%)’, ‘가구원 수가 적어서(10.8%)’라고 답했다.

월세로 거주하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소득은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월세 거주자의 경우 그들이 매달 버는 전체소득에서 주거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세 거주자와 비교해 확실히 높게 나타난다. 2016년 월세 주거비 부담은 평균 32.1%로 전세 주거비 부담(22.0%)보다 10.1%나 높았다.

월세 거주자의 평균 월소득이 전세 거주자보다 낮은 이유는 청년층(30세 미만)과 고령층(60세 이상) 임차인이 월세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청년이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4년 74%에서 2016년 79%로 확대됐고 고령층도 56%에서 63%로 확대됐다.

또 월세 거주 청년층의 43%와 월세 거주 고령층의 59%는 월소득 100만원 이하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층의 월소득은 100만원 이하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청년층의 소득분포보다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소득이 적은 청년층과 고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주거비부담을 가지게 된다. 2016년 기준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 주거비부담은 각각 34.2%, 37.7%를 기록해 다른 연령층의 주거비부담인 20% 내외 수준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고령층의 경우 월세 주거비부담이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득 5~10분위 구간의 월세 거주 고령층의 20.1%는 주거비 부담율 30% 이상에 분포하며, 소득이 이보다 낮은 3~4분위 구간의 고령층의 경우 60.6%가 주거비 부담율 30% 이상에 분포하고 있다.

소득이 최하위에 속하는 소득 1~2분위 구간에서는 고령층의 82.5%가 주거비 부담율 30% 이상에 분포하며, 심지어 이들 고령층의 48.7%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세비중, 주거 질 낮은 다가구주택에 몰려

임대주택의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전세의 주요 주택유형은 ‘아파트’로 전체 전세 주택의 44.4%를 차지한다. 반면 월세의 주요 주택유형은 ‘다가구 단독주택’으로 전체 월세주택의 절반을 넘어서는 52.6%를 차지하고 있다.

임차인의 연령별·소득별 거주 주택유형을 살펴보면 청년층의 78.5%와 고령층의 64.5%가 다가구 단독주택 및 기타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 2분위 이하의 저소득계층 대부분(75.1%)이 다가구 단독주택 및 기타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주요 주택유형인 아파트와 월세의 주요 주택유형인 다가구 단독주택 간에는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집 구조물, 방수, 난방, 환기, 채광, 방음, 안전, 방범 등 9개 항목에 관한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 조사(1: 불량, 2: 조금 불량, 3: 조금 양호, 4: 양호)에 따르면 아파트의 점수는 평균 3.3으로 조금 양호한 단계 이상이며 다가구 단독주택의 점수는 평균 2.7로 조금 불량한 단계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증부월세에서 주거서비스 수준이 평균 2.7~2.8로 낮은 기타 주택과 다가구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4%로 절반을 크게 넘어 보증부월세시장이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갖춘 주택을 중심으로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임대정책 재원…취약층에 우선순위 적용돼야 

우리나라 소득 1~2분위에 해당하는 월세 거주 저소득 고령층의 절반 가까이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 주택임대시장을 분석하며 “소득 대비 과도한 주거비 지출은 고령층의 주거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 월세 거주 고령층 중 최저소득층의 주거안정성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세 거주 고령층 중 최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수는 27.4만호이며, 이들 가구 중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거주 혜택을 받는 가구수는 9.6만호, 주거급여를 받는 가구수는 10.5만호다.

최저소득 분위에 해당하는 월세 거주 고령층이 주거지원 대상으로 간주된다면 결과적으로 7.3만 가구가 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공공임대와 주거급여를 동시에 받는 중복수혜자를 고려하면 월세 거주 고령층의 주거지원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송인호 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기준을 새로이 설정하고 수혜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해 주거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주거지원에 사각지대가 존재함에도 주거지원을 위한 일부 임대정책 재원이 소득구분 없이 일반 가구에도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주택금융제도의 대출조건을 보면 수도권 일반 가구도 전세대출 명목으로 3억원 대출한도에 연 2.3~2.9%의 저리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포함한 임대정책 재원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적용해 저소득·고령층을 중심으로 주거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분배할 필요가 있다.

◆ ‘뉴스테이’ 양질의 월세시장 형성 대안될까

저소득 고령자와 청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보증부월세시장 형성을 위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임대시장에서 전세와 월세 간에는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차이를 보이며 보증금액의 차이 또한 상당히 크다. 따라서 목돈 마련의 부담이 큰 임차인이 주거 선택의 폭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갖춘 주택을 다양한 수준의 보증금액에 월세로 공급하는 보증부월세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현재 월세에 대한 임대소득과세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전세에 대한 임대소득과세는 3주택 이상(전세보증금 3억원 초과) 보유자에게 적용되고 있어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2주택 보유자가 임대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해 월세보다는 전세로 주택을 공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소득과세를 2주택 보유자로 일원화해 전세와 월세 간 규제의 균형을 이루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질이 낮은 다가구 단독주택 중심의 월세 공급을 개선하기 위해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가진 아파트를 보증부월세로 공급하기 위한 ‘뉴스테이’ 사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현재 뉴스테이 사업은 임대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방향이지만 민간 건설사에겐 세제지원, 분할과세 및 건축 인허가 규제 완화 등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주거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적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송 연구원은 “뉴스테이 사업은 신규 건설 임대아파트 공급이 아닌 기존 재고 아파트 임대물량을 뉴스테이형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뉴스테이 사업과 유사한 조건(임대기간 8년 및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으로 개인이 기존 아파트를 보증부월세로 공급할 경우 이들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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