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망보장 대신 ‘저렴’ 건강보험 선호 추세
고객 및 설계사 이탈 방지효과…카피상품 예상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의 종신보험 가입자 3만명이 건강보험으로 갈아탔다. 이전에 가입했던 사망보험을 건강보험으로 전환시켜주는 신상품을 출시한지 약 반년만이다.

오래 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질병 위험에 대한 보험가입자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는 평인데 타사에서도 카피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지난 4월 10일 계약전환용 상품으로 출시한 ‘교보내생애맞춤건강보험’의 지난달 말까지 판매량은 2만9800건, 초회보험료 1200억원을 기록했다.

약 반년 만에 3만명의 교보생명 가입자가 사망보험을 해지하고 ‘사망+건강보험’ 혹은 ‘건강보험’으로 갈아탄 셈이다.

이 상품은 기존에 교보생명에서 가입했던 주계약이 사망보장인 종신보험 등을 암을 포함한 중대한 질병, 수술비, 간병비 등의 건강보장으로 바꿔주는 계약전환용 상품이다.

종신보험 등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래 사는 사회가 될수록 가장의 사망으로 발생할 경제적 위험보다 노화에 따른 질병치료비에 대한 가입자들의 요구가 커진다는 점에서 착안, 사망보험을 건강보험으로 바꿀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사망계약 해지 시 발생하는 환급금이 아닌 책임준비금을 일시납 건강보험으로 바꿔주고 건강보험의 보장수준도 넓혀 합리적인 보험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질병보장으로 변경하는데 따른 최대한의 이익을 돌려주고자 노력한 점이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내생애맞춤건강보험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간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CI(중대한질병)보험 등 고액의 사망보험 중심의 판매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다. 사망보장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수록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입자들의 중도 이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지가 이어질 경우 계약자와 보험사 모두 손실이 된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민원 발생과 계속보험료 수입 감소 등인데 이 상품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속설계사의 계약관리와 소득보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계약전환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관리 대상 고객에게 한 번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상품 구조상 새로운 월납 건강보험을 추가로 가입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현재 내생애맞춤건강보험은 지난 5월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6개월간의 배타적사용권(독점적 판매권한)을 획득한 상태다.

이에 다른 보험사에서는 다음달 25일까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이에 새롭게 사업계획이 시작되는 내년 초부터 다른 생보사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계약전환용 상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사망보다 생존리스크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최근 출시한 계약전환 상품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고액의 사망계약을 팔기 어려워하는 설계사의 활동성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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