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회장, 美 아마존 ‘알렉사’ 이용한 플랫폼 개발 결정

하반기 이후 우리·하나·KB 등과 음성인식 두고 치열한 경쟁 예고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2017년 세계 IT의 핵심 트렌드는 ‘모바일 퍼스트’ 세상에서 ‘보이스 퍼스트’로의 급격한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이상 화면을 바라보며 손으로 터치하는 세상이 아니라 매체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만 낼 수 있으면 원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결과다. 

당연하게도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모두 ‘음성인식’ 플랫폼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은 물론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전자의 ‘빅스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구글의 ‘나우’ 등. 이들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때로는 서슴지 않고 적과의 동침까지 결정할 정도로 시장은 민감하며, 광폭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모바일 및 포털업체들도 음성인식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는 물론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 지니’가 이미 발표돼 시장 조성에 나선 상황이며, 네이버와 카카오도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솔루션 업체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마치 제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태초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보이스 퍼스트 시장이 펼쳐내는 그림은 새롭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진화론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기 전까지 창조론은 서양인들의 생각을 장악했으며, 그 세계관에서의 태초는 ‘말씀’에서 시작됐다. 그 첫 말씀은 창세기에 적혀 있는 바와 같이 “빛이 있으라”였다. 그러자 빛이 생기면서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를 예수의 존재론과 연결시켜 기록한 후세의 기자는 ‘요한복음’에서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말씀은 로고스이자 예수의 은유이기도 했다. 신의 미세한 음성까지 들을 수 있는 영적인 귀를 지닌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인류는 목소리에 신성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존재가 목소리에서 규정됐던 시대가 어느덧 인간의 목소리로 규정시키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어느덧 인간이 스스로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던 신의 지위에 도달한 것이다. 모바일이 주도하던 세상에선 손끝에서 세상이 연결됐지만, 음성인식과 인공지능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모바일 퍼스트라는 구호의 의미는 최대한 축소됐고, 자연스레 자판과 터치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스 퍼스트는 금융권에서도 실감할 수 있는 핵심 이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먼저 음식인식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한데 이어 각각 KT의 기가지니와 SKT의 누구를 탑재해 음성식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KB금융도 핀테크 업체인 파워보이스와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다. 

여기에 신한금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이 미 아마존 본사를 방문, 아마존의 음성인식 AI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내달부터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본사의 주요 임원과의 CEO벤치마킹을 갖고 아마존이 축적한 빅데이터 및 AI기술을 활용한 신한금융 만의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2020년 아시아리딩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 조용병 회장으로서는 그림에 걸맞은 행보를 선택한 것이다. 아시아 리딩을 선취하기 위해선 언어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범용적인 플랫폼 선택은 필수적이며,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시장 론칭은 늦었지만 시장 개화기에선 앞선 경쟁력을 펼쳐 보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또한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소구력까지 극대화시키겠다는 포부까지도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추석연휴 이후 조용병 회장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신한이 그리는 보이스 퍼스트 시대의  실질적인 콘텐츠가 그래서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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