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KB금융그룹이 최근 지주회장과 은행장 분리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지주회장 및 은행장 겸직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를 내정했다. 

이로써 KB금융지주는 기존 윤종규 지주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던 체제에서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순조롭게 분리했으며 지배구조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취임 후 2년 넘게 은행장직을 겸직해왔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을 일으킨 ‘KB사태’의 여파를 해소하고 하나의 그룹으로 묶기 위해 겸직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이 조직을 안정화한 이후 리딩그룹 및 리딩뱅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지주 회장 및 은행장 분리 요구가 높아져온 상황이었다. 

이처럼 KB금융의 회장 및 은행장 분리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 대부분은 지주회장 및 은행장 이원화 체재를 구축했다. 신한금융이 조용병 지주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하나금융이 김정태 지주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농협금융이 김용환 지주회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 등 이원화 체재를 마련한 것. 

현재 경찰 수사 중인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겸 대구은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분리가 마무리된 상태다. DGB금융 역시 CEO 리스크의 여파로 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분리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그룹의 지주회장 및 은행장 겸직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같은 지주회장 및 은행장 분리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금융그룹 내의 제왕적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장은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지주회장은 그룹의 시너지 확대, 통합 경영에 매진하면서 글로벌화에 대응하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이러한 지주회장 및 은행장 분리는 CEO간 갈등이라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위성호 신한은행장 및 허인 국민은행장 후보는 내정 당시 지주회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강조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올해 초 선임된 위성호 은행장의 경우 “조용병 회장과 관계가 안 좋아진다면 내 탓”이라며 소통을 강조했으며, 허인 은행장 후보 역시 최근 “윤종규 회장의 철학을 따라 잘 이끌어 나가겠다”며 지주회장과의 호흡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