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3종세트로 80년史 한눈에 맛보이려는 강현준 대표

감미료 무첨가한 프리미엄 밀막걸리로 마케팅 차별화 계획 

▲ 이원양조장은 쌀과 밀, 그리고 혼용 등 3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4대째 사장 강현준 대표가 고두밥 및 찐 밀가루를 냉각시키는 기계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막걸리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시들어져 눈에 보이는 양조장의 크기로 예전 모습을 다 읽어낼 수는 없지만 노포처럼 건물에 이력을 쌓아온 양조장은, 그 외형만으로도 과거에 누렸을 영화를 짐작해 낼 수 있다.
 
추석연휴 전 찾은 옥천의 이원양조장의 첫 느낌이 바로 그러했다. 3,305m2(약  1000평)정도 되는 넓은 땅, 그리고 왼쪽 양조장 입구에 있는, 어른 한 사람은 능히 들어갈 정도의 옹기(410리터 크기)로 그 흔적을 남겨둔 우물이 그러했고, 고두밥을 찌기 위해 쌀을 불리고 씻었던 세미(洗米)하는 공간과 누룩방의 크기가 보통의 면단위 양조장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아마도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 양조장은 옥천과 영동에서 이름깨나 알렸을 것이다. 한창때 이 양조장에서 일한 사람들이 15명에 이른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농림식품부가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찾아가는 양조장’ 제도를 만들어 현재까지 30곳을 선정했는데, 이원양조장은 올해 이름을 올린 5곳의 신입 양조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원의 술도가 역사는 1930년대부터 시작한 전통 있는 노포에 해당한다. 

처음 양조장을 시작한 시점은 1930년대 초반이지만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공식 인정을 받지는 못한 상태. 하지만 1936년 영동주조조합 야유회 사진으로나마 1930년대의 주조 역사를 증명할 수 있어 80년의 풍상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금강변에 있던 양조장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이 1949년(양조장 건물의 상량문과 양조면허허가)의 일이니, 웬만큼 이름을 날리고 있는 양조장들과 어깨를 견줘 밀리지 않는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4대째 사장 강현준 대표는 원래 건설업을 해왔다고 한다. 아버지인 3대째 강영철 대표가 노환으로 양조를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일을 접고 귀향을 결심했다고 한다. 내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적은 인원으로 양조가 가능하도록 양조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일. 하지만 그는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이용하기보다는 300~400리터 크기의 항아리를 이용해 술을 빚는 전통의 방식을 선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흩임누룩인 입국을 사용하고 있지만 강 대표는 자신만의 누룩을 빚어 술빚기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입국과 누룩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만, 입국을 띄우던 공간을 나눠 전통누룩실을 두고 자신의 누룩을 함께 빚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강 대표는 자신만의 누룩으로 이원양조장이 추구해왔던 술의 원형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강 대표는 재료와 관련해서도 이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계획이다. 스토리텔링의 근간은 모두 우리 땅에서 나는 곡물로 술을 빚는다는 것. 이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술은 총 3가지. 대표 막걸리인 ‘아이원막걸리’는 우리 쌀과 밀가루를 혼합해서 생산하고 있으며, 완전 우리 밀로만 술을 빚어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우리밀막걸리 향수’와 이원농협에서 출하하는 ‘행복나눔미’ 100%로 빚은 ‘이원우리쌀막걸리’도 곧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옥천의 이원양조장은 땅의 넓이와 양조장의 외형에서 지방의 여타 양조장을 압도한다. 사진은 80여년 동안 4대째 내려오는 이원양조장 전경.

이원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할 세 종류의 막걸리는 과거 누룩과 쌀로만 빚었던 쌀막걸리, 그리고 경제개발기와 맞물려 있는 양곡관리법 시대의 밀가루 막걸리, 그리고 그 이후 다양한 곡물을 혼용해서 빚은 막걸리를 의미한다. 지난 80여년 동안 순차적으로 만들었던 막걸리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해석해 되살려, 이원의 역사와 맛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그의 술 철학을 확인케 해준다. 특히 우리밀로 빚는 밀가루막걸리는 감미료를 넣지 않아, 고소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을 내는 국내 최초의 밀 베이스의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도 만들어냈다.

강 대표는 이렇게 이원의 막걸리를 모두 복원하게 되면 증류주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양조장을 찾는 주당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6차 산업적 포부가 담겨있다. 쌀과 밀, 그리고 강 대표의 누룩으로 빚어질 이원의 새로운 술맛이 그래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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