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단·서류 제출 없이 약 봉투 스캔해 제출
삼성·메리츠 등 심사 간소화로 유병자 시장 공략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고혈압, 고지혈증 등 병이 있는 사람도 복잡한 심사나 서류 제출 없이 약봉투만 스캔해주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약 봉투 심사’가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손보사들은 올 상반기부터 유병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 봉투 심사를 확대하고 있다.

약봉투 심사란 유병자가 보험 가입 시 약 봉투 혹은 처방전만 제시하면 일부 질병이력에 대해서는 각종 서류 제출 등 심사 없이 가입을 받아주는 것을 뜻한다.

통상 보험사들은 유병자들의 보험 가입 시 심사를 통해 일부 질병 담보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할증된 보험료로 보험 가입을 받아준다.

약봉투 심사는 환자의 이름·나이 등 기본 정보와 의료기관 명칭, 처방·조제일자, 약품명, 용량, 투약일수 등이 포함된 가장 최근 처방받은 약 봉투만 스캔해 제출하면 된다.

현재 약 봉투 심사가 가능한 손보사는 삼성화재,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이다. 다만 전화 없이 약 봉투 제출만으로 심사를 대체하는 곳은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정도로 알려졌다.

대상 질병은 손보사별로 다른데 메리츠화재는 지난 7월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약봉투 심사를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고혈압, 고지혈증뿐만 아니라 고중성지방혈증, 갑산성기능항진증, 골다공증, 통풍, 철결핍성빈혈 등 7종으로 약봉투 심사 항목을 늘렸다.

손보사들이 약봉투만으로도 질병 심사를 가능토록 한 이유는 유병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시장 확대 차원이다.

질병이력이 없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판매가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계약심사 간소화는 유병자 시장에 대한 신계약창출 및 설계사의 영업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

유병자의 경우 보험 가입 시 병력을 고지할 때 병원 방문 및 각종 진단 서류 제출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가입을 포기하거나 심사에 탈락되는 경우가 생겨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간편한 가입절차로 인해 가입자가 기존 병력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민원 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본인의 건강상태나 과거 병력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화나 약 봉투만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질 경우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보험사와 분쟁의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다.

한편 보험사들의 계약심사 편의성 개선 작업은 전화심사에서 비롯됐다. 특히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전화만으로도 계약심사가 가능한 전화심사 대상 질병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유병자의 전화심사 가능 질병종류가 가장 많은 손보사도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로 약 20종의 질병에 대해 전화심사를 통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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