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액 모두 4.1% 美 정부채 투자로 ‘0.1%p’ 이득
흥국생명도 수요예측 중…“늦을수록 금리비용 부담”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빌리고도 이자율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보험사들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흥국생명도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5억 달러(한화 약 567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조달에 성공한 교보생명이 이자비용 없이 오히려 이차익을 내고 있다.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발행금리를 대폭 낮추고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달러 째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한 결과다.

교보생명은 환 헤지 비용을 줄이고자 달러로 조달된 자금을 모두 미국 정부채 및 구조화채권에 투입했다. 이들 채권은 투자적격 등급인 ‘AA’ 등급으로 수익률은 4.04~4.1%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미국 국채 5년 만기 수익률 대비 스프레드 2.09%를 가산한 3.95%(콜옵션 미 이행 시 스텝업 1%포인트)다.

즉 5억 달러의 외화 자본조달에 성공하고도 이자비용 없이 약 0.1%포인트(연 5억원 수준)의 이차익을 발생시킨 것이다.

투자된 미국 채권의 만기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시기(5년)보다 길다.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듀레이션 만기를 맞춘 다른 투자자산을 팔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해외채권에 재투자했다"며 "발행금리 조건이 좋다보니 재투자한 해외채권에서 오히려 이차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국내 보험사들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예상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단 점도 외화 자본조달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한다.

당시 수요예측에서는 비교적 높은 금리와 스텝업 조건에 홍콩, 싱가폴 등지의 장기물 투자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수요예측에서는 총 270개 기관의 투자자가 공모액의 11배에 가까운 54억달러를 주문했다.

실제로 지난 25일 흥국생명은 JP모건과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삼고 5억 달러(약 5640억원) 규모의 만기 30년(콜옵션 5년)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관련 TF팀은 해외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투자자 모집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흥국생명 내부적으로는 4% 대의 발행금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교보생명보다 낮은 신용등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흥국생명에 대해 ‘Baa1’, 발행 예정인 신종자본증권에 ‘Baa3’ 등급을 부여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각각 ‘AI’ 및 ‘A3’ 등급을 받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 확충이 시급해진 보험사들에게 교보생명의 사례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장이 아무리 크다 해도 금리 상승기인데다 시장에 늦게 진입할수록 더 높은 금리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 보다 이른 시기에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져 ‘하이브리드증권’으로 불린다. 최근 금융당국은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하에서도 신종자본증권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보험사의 주요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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