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AI 준법시스템 도입 통해 효율성 제고
포럼 구성해 의견 공유…해외감독당국과도 협력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및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연내 ‘레그테크(RegTech)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정부는 급변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레그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존 금융사업을 영위하거나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운영하는데 있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규제 대응을 자동화하고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규제 접근방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30%가 AI 기반의 준법감시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는 이미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레그테크를 통한 규제 및 기술통합이 시도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준법감시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AI 기반 레그테크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지난 2015년 11월 레그테크 발전방안을 묻는 CPI(Call for Input)를 발송해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등 100여개 기관으로부터 서면답변을 받았다.

FCA는 현재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모기지론 거래내역 분산원장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CPI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레그테크 발전방안을 소통하고 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싱가폴 금융감독청(MAS)도 자체적인 레그테크 프로젝트 및 포럼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또한 금융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금융서비스가 갈수록 지능화∙자동화 되고 규제환경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레그테크가 도입되면 개별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능력이 제고되고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규제 준수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는 등 광범위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중인 핀테크 시장에서 레그테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환 거래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 18일부터 핀테크 업체도 등록요건을 갖출 경우 소액 해외송금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가 해외송금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을 부담하며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방지 등 복잡한 규제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법으로는 허가를 했지만 사실상 핀테크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레그테크가 활성화되면 핀테크 기업이 이와 같은 규제 장벽에 막혔을 경우 레그테크 제공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준법대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기업뿐만 아닌 금융회사도 해외 자회사나 지사별로 급변하는 각국의 규제에 대응해야 하지만 컴플라이언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 자회사 또는 지사를 보유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레그테크를 활용하게 되면 해당 소재 지역 및 국가의 규제 변화를 자동으로 추적해 위규 사항을 안내하고 저비용으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펀드 매니저 또한 세계 각국의 법률정보를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전환한 레그테크를 활용할 경우 운용중인 포트폴리오의 적법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규제준수를 위한 추가적인 의무사항을 안내받을 수 있다.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AI,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한 레그테크를 통해 금융감독체계를 고도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AI가 금융회사의 보고서 제출시한을 안내하고 제출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주는 구축하는 한편 금융회사 녹취파일을 자동으로 분석해 불완전판매 등의 위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레그테크 시장 활성화를 통해 레그테크 수요 증가에 따른 우수한 솔루션 개발과 레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등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등 해외 감독당국의 레그테크 지원 정책 등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레그테크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회사, IT회사,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그테크 포럼’ 소속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업계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해외 감독당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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