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 

▲ SK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최근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드디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한 명의 소수의견자가 나타났으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연 이틀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정책금리는 2016년 6월에 1.5%에서 1.25%로 인하된 후 지금까지 17개월째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물가가 올라 자산이나 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물가는 경기가 좋아서 물건에 대한 수요가 높을 때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보통 경기 확장 말기에 나타난다. 

그런데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마 의아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말 우리 경기가 식혀야 할 만큼 좋은 상태인가? 사실 경기 상황만 놓고 볼 때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국은행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관심을 갖는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는 1.6% 수준에 불과하다. 뭔가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데, 마땅히 식혀야 할 뭔가가 분명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이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현재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보통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행위에 대해 긴축 또는 완화라고 여기지만, 중앙은행은 조금 다르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올린 후 수준이 물가 상승을 계속 자극할 만하다면, 중앙은행은 완화적 상태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굳이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행위로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한국은행은 증가하는 가계부채가 부담스럽다. 우리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 빠른 수준이고, GDP 대비 규모 역시 크다. 가계부채가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잡힐 것인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어떤 시점에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이 더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자본 유출도 부담스럽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는 현재 1.25%로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내년까지 2%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자금 이동이 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양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왔고 새로운 정부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올릴지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어차피 단기 정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행이 항상 맞는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볼 수도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로 볼 때, 한국은행은 이미 인상 쪽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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