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에도 피해자 구제 ‘사각지대’
무과실 사고도 보상…“사회안전망 확보 위한 초석”

#지난달 2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물류센터 신축현장에서 옹벽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장방문 및 조사 설계·시공 적정성 검토 등 정밀 조사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중대 건설사고’로 판단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의 재난사고 발생 시 피해자 구제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상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현장 등 아직까지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 않은 시설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재난취약시설의 대인 및 대물 배상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1월 8일부터 재난배상책임보험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화재, 폭발, 붕괴 등의 사고로 제3자가 입은 생명, 신체,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여기에 피해자 구제측면을 고려, 보험가입자의 과실이 없는(무과실 사고) 경우에도 피해자 손해까지 보상해준다.

대상은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국제회의시설, 전시시설, 경정 및 경륜장(장외매장), 경마장(장외발매소), 물류창고, 여객자동차터미널, 지하상가, 주유소, 장례식장, 1층 음식점, 숙박시설, 15층 이하 공동주택 등 19개 시설이다.

그러나 의무가입 시설을 제외한 일부 재난취약시설에는 여전히 피해자 구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목, 건설현장이나 터널 등 재난관련 대비책이 취약한 시설의 경우 위 사례와 같이 피해자 구제에 대한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다.

먼저 토목, 건설현장의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호우 및 태풍대비 현장관리상태, 공사장 주변 지반침하 징후 조사 및 각종 가시설 관리 상태, 집중호우 시 배수로나 침사지 확보여부 등을 중점 점검하는데 예방책에 그친다는 평가다.

현재는 국가발주 200억원 이상의 토목·건축공사에 한해서만 보험가입이 의무화된 상황인데 의무가입대상을 전체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소형 규모의 건설현장도 공사장 안전점검 누락 가능성이 높은데다 용접이나 가스, 발파작업 등 폭발성 물질 사용이 빈번해 화재, 폭발, 붕괴위험이 높은 시설이다. 이 경우 제3자의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가 쉽지 않다.

이러한 위험성에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공사장에 대한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 된 상황이다.

터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708개 터널 가운데 172개 터널에 방재시설이 미설치 돼 있었으며 10년 이상 노후화된 터널도 45.5%에 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터널의 경우 노후화, 안전점검 누락, 방재시설 미설치에 따른 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비해 정부는 터널사고에 대해 국가배상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가 있어야 보상 받을 수 있다. 만약 하자가 없다면 사고를 당했더라도 피해자가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반대로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설치, 관리에 따른 하자 유무와 관계없는 무과실 책임주의를 적용하고 있어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현장이나 터널에 대한 재난배상책임보험 의무화는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난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는 대인은 1인당 1억5000만원, 대물은 1 사고당 10억원까지다. 

보험사 및 공제조합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미가입 시 과태료(300만원 이하)가 부과되는 만큼 현재 시군구 자치단체에서는 재난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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