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 초대형 IB 출범 앞두고 “발행어음 인가 보류” 주장
금투 “일부 부풀려 호도, 정책 반하는 업권 이기주의” 반발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이 임박하며 금융위원회 인가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은행권이 핵심업무가 될 발행어음의 인가보류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투업권에서는 IB업무에 대한 제대로된 파악 없이 업권 침해를 우려해 헤게모니를 가지려는 은행이 정부정책을 가로막는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9일 은행연합회는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고 M&A자문·인수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허용업무인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가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원리금 보장상품을 판매하고 그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일반 상업은행 업무에 해당해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과 같고 초대형 IB가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다”며 “업권 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또 국회에서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범위 축소 관련 논의가 있고, 앞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 사항 등을 근거로 초대형 IB 발행어음업무 인가가 국회와 혁신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보완책이 마련된 후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금투업권에서는 1년여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며 그동안 충분히 은행권에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핵심업무를 문제 삼아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혹여 발생할 파이경쟁을 놓치지 않으려는 업권 이기주의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로 진행할 기업금융 중 일부인 기업여신을 초대형 IB 업무의 전부인 것처럼 부풀려 모험자본 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본연의 업무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IB업무를 일반 상업은행 대출업무와 같다고 말하는데 이는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호도하는 것”이라며 “IB 업무 중 대출업무는 전체 기업금융 업무 중 회사채 인수, 유가증권 매매, M&A 자금조달 등 다양한 업무 중 일부인데 은행권에 영향을 미칠 내용만 꼽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가로막으려는 것은 은행권의 갑질이자 업권 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상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기업들이랑은 기업 대출의 대상도 다른데다, 발행어음은 은행 예금과 달리 증권사의 신용을 기초로 발행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떨어지면 발행이 중단되고 예금자보호도 되지 않는다”며 “원금보장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운영 수익이 약정금리 보다 낮을 경우 고객보호와 동시에 증권사의 책임과 역량을 키우라는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낮은 금리의 예금을 받아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 이익을 얻는 은행권의 예대마진과 달리, 조달한 자금을 운용해서 손실이 날 경우 최소한의 고객보호를 위해 증권사가 자기자본에서 원금을 보장토록 한 것으로 증권사의 운용책임을 강조하는 수단이라는 것.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공여한도 확대 관련 법안도 초대형 IB와 상관없이 현재도 가능한 업무인데, 버퍼가 부족하니 한도를 늘리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은행권이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끌어 모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의 반격으로 은행권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빼앗길까 하는 피해의식의 반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은행, 벤처캐피탈 중심의 기업자금 공급 한계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과 일자리창출을 목적으로 초대형 IB 역할을 강화하려는 단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주식·회사채 발행물 투자, 저신용등급 기업의 회사채 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제도들이 오히려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초대형 IB 지정을 신청한 곳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획득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며, 이중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무 심사를 마치고 금융위원회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와 관련해 9일 금감원 최흥식 원장은 “원칙대로 현재의 법 체계 안에서 심사를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