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박명’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는 대개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다는 사자성어를 신용카드계에 빗대어보면 어떨까. 결제금액 대비 할인, 적립 등의 혜택율이 높은 카드는 이른바 ‘체리피커’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그러나 고객의 사랑을 받는 이 알짜카드들은 역설적으로 카드사에게는 적자를 안겨줘 환영받지 못하는 미운 자식이 된다. 그래서 보통은 출시 몇 개월 만에 단종되는 운명을 겪기 마련이다.
레이니스트가 운영중인 뱅크샐러드 서비스에서는 국내 출시중인 3500여종의 신용∙체크카드 데이터를 정규화해 소비패턴에 맞는 최고의 혜택카드를 추천해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강력한 혜택으로 단종 시 소비자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카드들을 정리해 보았다.
올해 3월 단종된 ‘씨티 클리어카드’는 매우 저렴한 연회비(국내전용 4000원) 대비 점심식사 할인, 대중교통 할인, 통신요금 할인 등 직장인에게 꼭 맞는 혜택을 제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점심시간대인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에 전국 모든 식당 및 레스토랑에서 1만원 이상 결제 시 5% 할인을 제공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씨티 클리어카드는 지난 10월 25일 예전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재출시됐는데 단종된 카드를 재출시한 것은 카드 업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단종된 NH농협카드의 ‘NH올원 Syrup 카드’ 또한 체리피커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카드다. NH Syrup 카드의 특징은 SK플래닛의 시럽앱과 연계해 13개의 포인트 멤버십을 카드에 인쇄된 1개의 바코드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 멤버십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 카드의 단종을 앞당긴 것은 바로 모바일쿠폰 혜택이었다.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모바일 기프티콘을 시럽앱을 통해 제공했는데, 전월실적 구간만 잘 맞춰 사용하면 소비금액의 최대 5% 정도를 기프티콘으로 다음 달에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비금액의 2% 이상을 혜택으로 받을 때 고혜택 카드라고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혜택을 제공한 카드였고, 그 탓인지 출시 6개월 만에 단종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다.
‘국민 혜담 카드’는 혜택이 너무 좋아 단종된 카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혜택을 담다’에서 온 ‘혜담’이라는 이름처럼 혜담카드는 생활서비스 영역과 라이프스타일 영역 중 할인받고 싶은 분야를 골라 구간에 따라 할인받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혜택을 선택해서 받게 되면 그야말로 전천후로 할인받을 수 있는 강력한 카드였던 셈이다.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명백한 설계 미스였고, 결국 이 카드는 2013년 4월 1일 단종됐다.
사실 카드사가 출시 몇 개월만에 단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카드를 단종시키는 것이 카드 혜택을 축소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골치가 덜 아픈 단종을 택하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품을 설계한 카드사의 잘못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좋은 카드를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카드 추천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전설의 카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