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사퇴, ‘인사시스템’ 아젠다 후임 행장 몫

17년 11월 침울한 은행권, 매서운 겨울 한파의 전조일수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최근 은행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이달 초 사퇴를 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일 것이다. 뜨겁다 못해 손이 델 정도다. 하지만 은행은 침울하기만 하다. 이광구 행장은 2기 출범 6개월 만에 사퇴를 하고, 은행은 기업의 생명인 ‘신뢰’에 금이 갈 리스크를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적폐청산’. 예상했던 메뉴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들 중 눈에 띄는 것들은 거의 지난 10년의 보수 정권 하에서 이뤄진 각종 비상식적인 행위들에 관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정의 칼날이 은행권을 향했다고 의아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은행권의 최순실 인맥에 대한 각종 루머가 횡행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인사철이면 각종 투서가 난무하는 특유의 문화가 존재하는 금융권. 사정기관 입장에선 손안대고 코 풀 수 있을 만큼 여러 첩보를 쌓아두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존재한다면 은밀했을, 그리고 은밀한 만큼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최순실 인맥’에 대한 수사보다 법질서에 맞지 않은 부정한 일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손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 중에 드러난 ‘특별채용’ 문제. 결국 인사시스템에서 은행권 적폐에 대한 첫 사정이 시작됐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 전 은행장은 사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감독당국은 은행권 전체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우리은행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사’. 그렇다. 인사가 만사라고 할 정도로 기업의 핵심 덕목이다. 그런데 인사가 투명하지 않고 불공정하다면, 요즘같이 젊은이들 입장에서 쓸 만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시절에는 사단이 발생하게 된다. 절실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공정에 분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권력의 힘 혹은 거액의 예금을 미끼로 내민 일부에게 농락당하듯 특혜 채용을 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책임지듯 은행장은 옷을 벗었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은행은 요즘 날씨만큼 을씨년스럽다. 조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후임을 노리는 사람들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벌써 일부 인사들의 하마평이 쏟아져 나온다. 말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한 타천보다는 스스로 자가발전한 자천인 경우가 대개일 것이다.

하마평 및 후임 은행장에 대한 이야기는 각설하고자 한다. 이미 차고 넘친다. 오히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할 대목은 ‘공정한 인사시스템’의 구축이다. 이광구 전 은행장의 사퇴나 후임 은행장의 취임으로 그동안 발생했던 특혜 채용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후임 행장은 ‘인사시스템의 공정화’라는 큰 아젠다를 하나 더 갖게 됐다. 반대로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발표로서 기업의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장점도 갖게 됐다. 아마도 은행의 인사담당부서에서는 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청취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될 방안은 후임 은행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후임 행장은 기뻐하지도, 안심할 수도 없을 것이다. 복병처럼 숨어있는 적폐는 ‘인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은행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타행들도 인사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갈등과제를 갖고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4분기를 정리해야 하는 계절이 다가오는 2017년 11월은, 어쩌면 은행에게 추운 한파가 몰아칠 전조의 계절로 기록될 수도 있다. 모든 은행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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